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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빚는 남자
김선영
백자 빚던 남자
영원을 길 떠나서
한 백년 후 흙으로 부서졌네
죽어서도
생전에 빚던
둥근 달을 꿈꾸고 있었네
환한 꿈 위에 풀꽃이 피고
벌레가 울고
어느 날
한 소년이 닿아 왔네
분홍 흙이 된
백자 빚던 남자의 가슴을
곱게 반죽한 뒤
달을 하나
토해 놓았네
소년은 끌리듯
귀에 대고 들었네
곱게 내쉬는 달의 숨소리를
백자 살에서
아득하게 뛰는
심장 뚜는 소리를
-월간『현대시학』(2012, 9월호)
2012-10-12 금요일 12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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