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가을의 기도
김남호
주여, 죄를 짓기 좋은 계절이 왔나이다
날로 짧아지는
저 발기부전의 햇볕을 이어서
죄를 도모하게 하소서
난로를 쬐게 하기 위해 손을 만드시고
동동 구르게 하기 위해 발을 만드셨듯이
따뜻한 위로를 만들기 위해 불행한 이웃들을
더욱 더 불행하게 하소서
당신이 당신을 위해
죄를 짓는 것처럼
우리가 우리를 위해 지은
빛나는 죄들이 흐려지기 전에 새로운 죄를
짓게 하소서 이 비옥한 시간에
영원히 용서받을 수 없는
-계간『문학마다』(가을호, 2012)
2012-10-12 금요일 12시 22분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난해시 사랑 / 복효근 (0) | 2012.10.12 |
---|---|
달을 빚는 남자 / 김선영 (0) | 2012.10.12 |
화가 뭉크와 함께 / 이승하 (0) | 2012.10.12 |
앉은뱅이 저울 / 함민복 (0) | 2012.10.12 |
아끼는 사람 있나요 / 권현형 (0) | 2012.1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