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길 위의 식사 / 이재무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2. 10. 1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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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식사


이재무

 


사발에 담긴 둥글고 따뜻한 밥 아니라


비닐 속에 든 각 진 찬밥이다


둘러앉아 도란도란 함께 먹는 밥 아니라


가축이 사료를 삼키듯


선 채로 혼자서 허겁지겁 먹는 밥이다


고수레도 아닌데 길 위에 밥알 흘리기도 하며 먹는 밥이다

 
반찬 없이 국물 없이 목메게 먹는 밥이다


울컥 몸 안쪽에서 비릿한 설움 치밀어 올라오는 밥이다


피가 도는 밥이 아니라 으스스, 몸에 한기가 드는 밥이다


 


-계간『시안』(2011. 겨울)
(2012년 제27회 소월시문학상 수상작)
2012-10-18 목요일 00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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