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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식사
이재무
산그늘 두꺼워지고 흙 묻은 연장들
허청에 함부로 널부러지고
마당가 매캐한 모깃불 피어오르는
다 늦은 저녁 멍석 위 둥근 밥상
식구들의 말없는, 분주한 수저질
뜨거운 우렁 된장 속으로 겁 없이
뛰어드는 밤새 울음,
물김치 속으로 비계처럼 둥둥
별 몇 점 떠 있고 냉수 사발 속으로
아, 새까맣게 몰려오는 풀벌레 울음이며
베어 문 풋고추의 독한,
까닭 모를 설움으로
능선처럼 불룩해진 배
트림 몇 번으로 꺼트리며 사립 나서면
태지붕 옆구리를 헉헉,
숨이 가뿐 듯 비틀대는
농주에 취한 달의 거친 숨소리
아, 그날의 위대했던 반찬들이여
-시집『위대한 식사』(세계사, 2002)
2012-10-18 금요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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