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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자선단체가 기부자에게 보낸 영수증과 지출 내역서 보니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2. 12. 25.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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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자선단체가 기부자에게 보낸 영수증과 지출 내역서 보니

  • 금원섭 기자

  • 손진석 기자
  •  

    입력 : 2012.12.25 03:04

    [기부 2.0… 투명한 나눔이 기적을 만듭니다] [1] 기부 늘어난 복지단체의 비결
    -기부금 누구에게 갔나 바로 확인
    단돈 100원 쓰더라도 결재받고 영수증 붙여 전표 10년간 보관
    -자비 들여 회계감사 자청
    감사받을 의무 없음에도 불구 결산보고서 제작 기부자에 돌려
    -지원받는 곳에도 투명성 요구
    "영수증 첨부 지출 내역서 내라" 제출 안하면 지원금 끊기까지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미래'는 불황인 올해도 기부금 액수가 늘었다. 비결은 투명한 회계다. 송자(76) 아이들과미래 이사장은 "100원을 쓰더라도 어디에 썼는지 알고 싶어하는 기부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게 우선"이라며 "기부자가 행복해져야 더 많은 기부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과미래의 지난 8월 6일 지출 기록을 들여다봤다. 800원짜리 15㎝ 자 한 개와 각 3000원짜리 사무용 노트 3권을 샀다. 9800원의 돈을 쓰기 위해 내부 품의서를 만들어 팀장의 결재를 받고, 구입한 문구점의 사업자번호와 결제 수단(법인 체크카드)을 기재했다. 전표 뒷면에는 문구점이 발행한 영수증이 붙어 있다.

    이날 아이들과미래는 교통사고로 부모가 숨진 아이들에게 생일 선물을 보냈다. 삼성화재가 후원하는 사업인데, 역시 같은 방식으로 증빙이 남아 있다. 2만300원짜리 컨버스화 4켤레, 3만4200원짜리 티셔츠를 샀다. 어느 학교에 다니는 어떤 아이가 선물을 받았는지 이름과 연락처도 기재돼 있다. 이 선물들을 세 가정에 보냈는데, 한 곳당 2500원인 택배비 7500원도 각각의 영수증이 모두 붙어 있다. 이런 내역은 기부자인 삼성화재가 언제든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지출 증빙 내역이 어른 손으로 한 뼘 정도 되는 두께로 매월 5~6권씩 나온다. 아이들과미래 이미현 매니저는 "누가 언제라도 확인할 수 있도록 창고에 10년간 보관한다"고 말했다.

    지원받는 곳도 이자 발생까지 보고

    아이들과미래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아동시설도 아이들과미래와 마찬가지로 돈 씀씀이를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지원이 끊길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민은행의 기부금을 받아 진행하는 '희망공부방 사업'은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학습지도를 해주는 사업으로 한 시설에 6개월에 100만원씩 지원한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울산의 한 지역아동센터가 아이들과미래에 낸 수입·지출 보고서를 보면 100만원을 쓴 각각의 지출과 그에 따른 모든 영수증이 첨부돼 있어 돈 샐 틈 없다는 게 한눈에 나타난다. 지난번에 100만원을 지원받고 남은 돈이 1303원이고, 새로 100만원을 받은 이후 이자가 412원 생겼다는 것도 모두 증빙이 되어 있었다.

    또 어느 학교의 어떤 학생을 누가 몇월 며칠에 가르쳤는지 표로 정리돼 있다. 아이들과미래 박두준 상임이사는 "우리가 투명하게 한다는 소문을 들은 기업들이 먼저 우리에게 사회 공헌 사업을 제안해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결산 공개… 기부금 35% 늘어

    한 해 기부받는 액수가 2억원이 채 안 되는 비영리 단체 '한빛'도 돈 씀씀이를 투명하게 공개한 뒤 기부금이 크게 늘었다. 이 단체는 항암 치료를 받기 위해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어린이 암 환자에게 먹고 잘 수 있는 쉼터를 제공하는 곳으로, 쉼터로 쓰는 지하 1층, 지상 2층 가정집 건물이 전 재산이다.

    그런데도 한빛은 2011년부터 3개월 단위로 결산 보고서를 만들어 기부금을 낸 사람들에게 보낸다. 새로 들어온 기부금이 얼마인지, 지난 분기에 쓰지 않고 넘어온 기부금은 얼마인지, 기부금 통장에 이자가 얼마나 붙었는지가 세입 항목에 적힌다. 세출 항목에는 인건비, 쉼터 운영비, 제세 공과금이 빠짐없이 적힌다.

    결산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한빛의 김선화 사무국장은 매일 오후 4시부터 한 시간 동안 만사 제쳐놓고 장부 정리에 매달린다. 지난 10월 31일 장부는 이렇다. '당근 1㎏ 1800원, 단감 5개 3000원, 라면 5개 3500원, 피망 반 근 4000원, 구운 김 5통 4500원….' 장부엔 영수증이 빠짐없이 붙어 있다. 맨 아래에는 '식자재 18만9936원'으로 적혀 있다. 아침에 통장에서 꺼낸 돈과 지갑에 남은 돈을 비교해 10원짜리까지 맞아떨어진 뒤에야 김 국장의 퇴근 시간이 된다.

    결산 보고서를 낸 뒤 기부금이 크게 늘었다. 2010년 1억400만원이던 기부금이 2011년 1억2200만원, 2012년 1억6500만원이 됐다. 연간 증가율이 각각 17%, 35%에 이른다. 김 국장은 "국세청 공시나 회계법인 감사를 받을 의무가 없는데도 스스로 결산 보고서를 내니까 기부가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10년 241명이던 회원 숫자도 작년 297명, 올해 321명으로 증가했다. 그전에는 없었던 기업 회원도 7곳이 생겼다.

    ☞기부 2.0

    '기부 1.0'이 기부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불러일으켜 기부 액수를 끌어올리는 단계라면, '기부 2.0'은 기부의 지출을 투명하게 하고, 이것이 다시 더 많은 기부를 가져오는 한 차원 높은 선순환의 기부 문화를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