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바엔 모두 죽자"고 한 남편에게 아내는…

 

"이럴바엔 모두 죽자"고 한 남편에게 아내는…

[가족 살인미수 어느 30代 가장]
빚내서 산 집 때문에 빚더미… "이럴바엔 모두 죽자" 둔기로 아내 내리친 순간,
"여보, 내가 죽으면 불쌍한 우리 애는 어떡해? 집 팔면 우린 다시 살 수 있어"
애원하는 아내 보고 주저앉아 조선일보 | 최장원 기자 | 입력 2012.12.25 03:21 | 수정 2012.12.25 09:37

지난 10월 4일 새벽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의 한 작은 아파트. 4년 가까이 사채빚에 시달려온 이 집의 가장 A(38)씨가 둔기를 들고 아내 앞에 섰다. A씨는 "이렇게 사느니 모두 함께 죽자. 당신도 아들도 죽이고 나도 따라가겠다"며 아내의 머리를 향해 둔기를 휘둘렀다.

아내는 남편이 휘두르는 둔기에 맞으면서도 "여보, 내가 죽으면 불쌍한 우리 아들은 어떻게 하느냐" "집을 팔면 우린 다시 살 수 있다"며 매달렸다. 몇 차례 둔기를 휘두르던 A씨는 아내의 말에 둔기를 떨어뜨리고 주저앉았다. 그리고 피 흘리는 아내를 병원으로 옮겼다.

↑ [조선일보]

같이 죽자며 둔기를 휘두르긴 했지만 차마 아내를 세게 내려칠 수는 없었던지 아내는 전치 3주의 두피열상 부상을 입는 데 그쳤다. 그러나 A씨는 병원 관계자의 신고로 구속됐다.

평범한 회사원이던 A씨의 가정에 닥친 비극은 내 집 마련에 성공하면서 시작됐다. 미국발 경제위기가 닥치기 직전, 아파트값이 막바지 기승을 부리던 2008년 초 A씨는 은행에서 1억5000만원을 대출받아 소형 아파트를 구입했다. 풋풋한 새집 냄새를 맡으며 느꼈던 행복감은 그 순간뿐이었다. 아파트값은 그해 말부터 끝없이 떨어졌고 불황으로 은행 이자는 갈수록 높아졌다. A씨는 급기야 2009년 사채에 손을 댔고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A씨가 죽음을 결심했을 때는 이자만 월 300만원이 넘었다. 월급으로도 감당이 안 되는 이자에 사채업자들의 빚 독촉에 시달리면서 A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동훈)는 24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A씨의 아내는 남편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눈물로 선처를 호소했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둔기로 신체의 중요한 부위를 공격해 피해자의 생명을 뺏을 뻔했다"며 "경제적 부담이 큰 나머지 아내와 어린 아들을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하려고 했다고 하더라도 존엄한 생명을 해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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