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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한진중 노조간부 영정앞 아내
"정리해고 22개월만에 복직…
출근 3시간만에 또 휴업 통보"
"남편의 가슴을 짓눌렀던 게 뭔지를 이제야 알았습니다. 그렇게 애타는 심정도 모른 채 바보처럼 투정을 부렸던 것이 미안할 뿐입니다."
회사 쪽의 정리해고와 노조 탄압을 비난하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은 부산 한진중공업 노조 조직차장 최강서(35)씨의 부인 이선화(37)씨는 성탄절인 25일 밤 남편의 빈소가 있는 영도구 구민장례식장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는 내내 울음을 참으려고 입술을 악물곤 했다.
올해 5살과 6살인 두 아들과 함께 단란했던 이씨 가족한테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2월14일이었다. 최씨를 정리해고한다고 통보하는 우편물이 집에 도착한 것이다.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어요. 남편이 2001년 입사한 뒤 친구들 가운데 자기가 제일 좋은 직장에 다닌다고 자주 자랑을 했어요. 자부심이 대단했거든요. 그런데 당시 노조 대의원이었던 자신이 정리해고 대상자에 포함되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동네 아주머니들을 웃겼다 울렸다 할 정도로 넉살 좋고 장난기 많던 남편은 이때부터 말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정리해고에 전면 파업으로 맞섰던 한진중공업 노조에서 함께 싸웠던 동료들이 올해 1월 노사 대화를 강조하는 새노조로 하나둘 옮겨가면서 더욱 날카로워졌다. 남편은 어린아이들한테도 소리 지르고 화를 내기도 했다. 새노조의 조합원 수(570여명)는 기존 노조인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230여명)보다 갑절 넘게 많아졌다.
"남편 복직뒤 급여통장에 입금된 돈은 48만원"
지난달 9일 남편은 또 좌절했다고 했다. 1년10개월 만에 복직했지만, 출근 3시간 만에 일감이 없어서 무기한 휴업한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공장이 정상화하고 복직하면 새노조로 간 동료들이 다시 돌아올 거라고 기대했어요. 근데 물거품이 되자 굉장히 낙담했어요."
이달 들어선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늘어났다. 중순부턴 심장이 죄어오는 압박감을 호소했다. 회사 쪽이 노조가 운영하던 소비조합을 폐쇄하고 노조 사무실을 업무공간으로 쓰겠다며 26일까지 회사 밖으로 옮기라고 요구한 무렵이었다. 노조를 상대로 건 158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1심 선고일도 다음달 18일로 다가오고 있었다. "노조가 탄압받는 것을 무척 힘들어한 것 같아요. 그때 속사정을 알았다면 더 위로하고 격려했을 텐데 바보처럼 투정을 부렸던 것이 미안합니다. 정리해고당했을 때 내가 가족대책위에 나가지 않은 것도 맘에 걸리고요." 남편의 뜻을 살리려는 노조 쪽에 장례를 맡긴 채 닷새째 남편 영정 앞에서 울어서 "더 나올 눈물도 없다"던 이씨의 눈자위가 또 벌겋게 젖어들었다.
이번 18대 대통령 선거 결과에 남편은 크게 절망했다고 했다. 개표가 끝나갈 무렵인 19일 밤 남편이 보내온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보여줬다. '앗 대선마저 날 배신해. 독재자의 딸 유신정권이 다시 일어나네. 총 맞고 칼 맞고 노동자들은 죽어나겠지. 힘든 5년이 다시 시작….'
선거 다음날인 20일 남편은 말없이 집에 있다가 해 질 무렵 밖으로 나간 뒤 저녁 6시49분께 마지막 전화를 걸어왔다. '밥 잘 챙겨 먹어라'는 일상적인 말이어서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남편은 저녁 7시 자신의 휴대전화에 '유서'라는 제목으로 "민주노조 사수하라. 손해배상 철회하라. …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고 5년을 또…. 못하겠다. 지회로 돌아오세요. 동지들…"이라고 쓴 문자를 남기고, 다음날 아침 노조 사무실에서 목을 맸다.
살림은 남편이 정리해고되던 때부터 기울기 시작했다. 정리해고 뒤 농성장을 쫓아다니던 남편은 올해 여름부턴 날품으로 페인트칠을 했다. 7월부터 누나와 함께 작은 가게를 빌려 장사를 시작했지만 10월부터 손님이 절반으로 줄었다.
이씨는 이달 7일 남편이 복직한 뒤 처음으로 받은 급여명세서를 내밀었다. 지난달 9일부터 30일까지 통상임금 122만9340만원 가운데, 국민연금·고용보험료와 은행 대출금 등을 떼고 급여통장에 입금된 돈은 48만2882원이었다.
"저는 파업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근데 남편의 유서를 보세요. 회사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 손해배상 소송 등이 적혀 있는데 어떻게 개인적 자살로 돌립니까. 회사 쪽에 다시 한번 호소합니다. 남편이 유서에서 지적한 문제를 노조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주세요."
부산/글·사진 김광수 기자kskim@hani.co.kr
"정리해고 22개월만에 복직…
출근 3시간만에 또 휴업 통보"
"남편의 가슴을 짓눌렀던 게 뭔지를 이제야 알았습니다. 그렇게 애타는 심정도 모른 채 바보처럼 투정을 부렸던 것이 미안할 뿐입니다."
회사 쪽의 정리해고와 노조 탄압을 비난하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은 부산 한진중공업 노조 조직차장 최강서(35)씨의 부인 이선화(37)씨는 성탄절인 25일 밤 남편의 빈소가 있는 영도구 구민장례식장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는 내내 울음을 참으려고 입술을 악물곤 했다.
동네 아주머니들을 웃겼다 울렸다 할 정도로 넉살 좋고 장난기 많던 남편은 이때부터 말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정리해고에 전면 파업으로 맞섰던 한진중공업 노조에서 함께 싸웠던 동료들이 올해 1월 노사 대화를 강조하는 새노조로 하나둘 옮겨가면서 더욱 날카로워졌다. 남편은 어린아이들한테도 소리 지르고 화를 내기도 했다. 새노조의 조합원 수(570여명)는 기존 노조인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230여명)보다 갑절 넘게 많아졌다.
"남편 복직뒤 급여통장에 입금된 돈은 48만원"
지난달 9일 남편은 또 좌절했다고 했다. 1년10개월 만에 복직했지만, 출근 3시간 만에 일감이 없어서 무기한 휴업한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공장이 정상화하고 복직하면 새노조로 간 동료들이 다시 돌아올 거라고 기대했어요. 근데 물거품이 되자 굉장히 낙담했어요."
이달 들어선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늘어났다. 중순부턴 심장이 죄어오는 압박감을 호소했다. 회사 쪽이 노조가 운영하던 소비조합을 폐쇄하고 노조 사무실을 업무공간으로 쓰겠다며 26일까지 회사 밖으로 옮기라고 요구한 무렵이었다. 노조를 상대로 건 158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1심 선고일도 다음달 18일로 다가오고 있었다. "노조가 탄압받는 것을 무척 힘들어한 것 같아요. 그때 속사정을 알았다면 더 위로하고 격려했을 텐데 바보처럼 투정을 부렸던 것이 미안합니다. 정리해고당했을 때 내가 가족대책위에 나가지 않은 것도 맘에 걸리고요." 남편의 뜻을 살리려는 노조 쪽에 장례를 맡긴 채 닷새째 남편 영정 앞에서 울어서 "더 나올 눈물도 없다"던 이씨의 눈자위가 또 벌겋게 젖어들었다.
이번 18대 대통령 선거 결과에 남편은 크게 절망했다고 했다. 개표가 끝나갈 무렵인 19일 밤 남편이 보내온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보여줬다. '앗 대선마저 날 배신해. 독재자의 딸 유신정권이 다시 일어나네. 총 맞고 칼 맞고 노동자들은 죽어나겠지. 힘든 5년이 다시 시작….'
선거 다음날인 20일 남편은 말없이 집에 있다가 해 질 무렵 밖으로 나간 뒤 저녁 6시49분께 마지막 전화를 걸어왔다. '밥 잘 챙겨 먹어라'는 일상적인 말이어서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남편은 저녁 7시 자신의 휴대전화에 '유서'라는 제목으로 "민주노조 사수하라. 손해배상 철회하라. …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고 5년을 또…. 못하겠다. 지회로 돌아오세요. 동지들…"이라고 쓴 문자를 남기고, 다음날 아침 노조 사무실에서 목을 맸다.
살림은 남편이 정리해고되던 때부터 기울기 시작했다. 정리해고 뒤 농성장을 쫓아다니던 남편은 올해 여름부턴 날품으로 페인트칠을 했다. 7월부터 누나와 함께 작은 가게를 빌려 장사를 시작했지만 10월부터 손님이 절반으로 줄었다.
이씨는 이달 7일 남편이 복직한 뒤 처음으로 받은 급여명세서를 내밀었다. 지난달 9일부터 30일까지 통상임금 122만9340만원 가운데, 국민연금·고용보험료와 은행 대출금 등을 떼고 급여통장에 입금된 돈은 48만2882원이었다.
"저는 파업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근데 남편의 유서를 보세요. 회사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 손해배상 소송 등이 적혀 있는데 어떻게 개인적 자살로 돌립니까. 회사 쪽에 다시 한번 호소합니다. 남편이 유서에서 지적한 문제를 노조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주세요."
부산/글·사진 김광수 기자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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