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부부의 성
김승희
당신과 나의 성性 사이에는
너무 많은 국제정치와 사회상과 경제의 이면이 흘러가고 있다.
사랑과 성은 너무 많은 과부하를 받고 있다.
이 침대, 허공에 장칼이 드리워져
언제 몸과 몸 위로 떨어져내릴지 모르는
이 중년의 침대
성은 단지 성일 수만은 없다
부시 대통령이 코이즈미 일본 총리와 텍사스 별장에서 만나는 시간
영변 폐연료봉 8천 개의 재처리 완료소식
이라크 아이들이 미군과 축구를 하며 웃고 있는 사진
텔레반이 파괴한 바미안 계곡의 석불 잔해며
부동산 담보대출 융자 이자의 상환기간
종합소득세, 재산세, 부동산취득세, 주민세며
내년 봄 선산 이장 문제
기타 등등 너무 많은
등등, 기타
당신과 나의 성 사이에는
너무도 많은 신자유주의적 유교적 경제적 교육적 민족적 과부하가 걸려 있다
사랑도 과부하가 걸려 있다
성이 단지 성일 수 있을 때
사랑도 사랑이 될 수 있고
사랑이 단지 사랑일 수 있을 때
성도 성이 될 수 있고
허공에 장칼이 드리워져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이 아슬아슬한 중년의 침대
신문지로 도배된 몸과 몸이
타임, 뉴스워크, USA Today로 도배된 침대 위에서
뒤척이다가 간혹 슬프게 만나기도 한다
-시집『냄비는 둥둥』(창비. 2006)
김승희 시산문집『그래도라는 섬이 있다』(마음산책. 2007)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松下步月圖 / 이인주 (0) | 2013.01.14 |
---|---|
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 / 조용미 (0) | 2013.01.14 |
봄, 양화소록 / 조용미 (0) | 2013.01.14 |
슬픔을 위한 변명 / 김승강 (0) | 2013.01.12 |
내성적인 사랑 / 신달자 (0) | 2013.0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