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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양화소록
조용미
올봄 하릴없이 옥매 두 그루 심었습니다
꽃 필 때 보자는 헛된 약속 같은 것이 없는 봄도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군요
내 사는 곳 근처 개울가의 복사꽃 활짝 피어 봄빛 어지러운데 당
신은 잘 지내나요
나를 내내 붙들고 있는 꽃 핀 복숭아 나무는 흰 나비까지 불러들
입니다
당신은 잘 지냅니다
복사꽃이 지는데 당신은 잘 지냅니다 봄날이 가는데 당신은 잘
지냅니다
아슬아슬 잘 지냅니다
가는 봄 휘영하여 홍매 두 그루 또 심어봅니다 나의 뜰에 매화
가득하겠습니다
-월간『현대문학』(2012년 12월호)
-천양희|장석남 외 지음『시, 사랑에 빠지다』(현대문학. 2009)
<시 속의 단어>
양화소록(養花小錄)- 조선 세조 때 문신 인재(仁齋) 강희안(姜希顔, 1417∼1464)이 지은 원예에 관한 책.
|시작노트|
꽃이 핀다. 꽃은 왜 피어서 마음을 그리도 어지럽히는가. 고요하게
하는가. 봄에 피는 꽃들은 봄에 진다. 그걸 바라보는 사이 봄이 간다.
그리고 기적처럼, 또 봄이 찾아온다. 우리는 꿈속인 듯 서러이 한 계
절 넘어간다. 그럴 때 떨어지는 꽃잎처럼 뚝뚝, 마음도 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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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경북 고령 출생. 1990년 ≪한길문학≫으로 등단. 시집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일만 마리 물고기가 山을 날아오르다』『삼베옷을 입은 자화상』
『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등. <김달진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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