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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밖 동네
김명인
예전의 우물은 마을의 중심이어서
동네마다 공론이 샘솟는 우물 하나쯤은 갖춰놓았다
누구든지 말은 풀고 소문은 긷고
수다가 지나쳐 이끼가 피면
손 없는 날을 받아 두레로 청소했었지
우물 밖 동네란 지지리도 가난했지만
제 양껏 기갈을 채워도 찡그리지 않는 물낯이 있어
하늘을 축이며 구름도 어루만지며
우물은, 세월과 함께 느리게 혹은 빠르게 늙어갔었지
이제 누구도 그 전설에서는 물 긷지 않아서
허공 혼자 어루만지다 가는 저만의 얼룩,
이야길 길어 올리려 두레박을 내린 것도 아닌데
이 우물, 너무 메말라서 수면조차 없네
들여다보면 캄캄하게 웅웅거려 더욱 골똘해진 그리움,
별똥별 떨어져 표시하는 예전의 우물 자리에 서서
물 긷던 사람들의 아득한 별자리 헤아려본다
사라진 동네에 우물이 하나, 지금은
흔적조차 지워져버린
저 오랜 가난 깨우지 마라,
사무친 전설들 뼛속 깊이 저며 올 때까지!
-계간『詩로 여는 세상』(2012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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