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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적인 사랑
신달자
너를 구름이라 부른다
저렇게 회색언어로 뭉친 답답한 표정
홀로 창문을 열고 하늘을 바라보면
너는 때로 검은 안경을 쓰고 나를 스치다가
한바탕 알아듣지 못할 몸짓으로 다가서는 것 같기도 하지만
뚝 뚝 두어 방울 말을 떨어트리다가
줄 줄 줄 쏟아붓기도 하지만
비다!
내가 밖으로 나가 온몸으로 질펀하게 고이는 말을 알아듣기 위해
젖어보기도 하지만
너의 말 축축하게 배어 들기도 하는데
적막!
비 딱 그치고 도저히 너의 말을 나는 찾지 못하는데
젖은 얼굴을 닦는데
오늘의 적막은
하얀 손수건 한 장으로 내 손에 남는다
-계간『시작』(2012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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