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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컵의 날들
최서진
편견으로 가득 찬 세계에서 물컵처럼 아픈 날
툭 건드렸는데 깨지고 마는 유리컵
아픈 이마를 짚어주던 따뜻한 손을 잃어버린 것처럼
어제의 비가 내린다
깨진다는 건 무엇을 배우기 위한 놀이일까요
속도를 내는 감정처럼 흐르던 눈물들 고요하다
금방이라도 허공으로 더 멀어져갈 물방울
목을 꺾은 새는 어디로 흘러갔을까
유리컵의 감정으로 하루 쯤 어지러울 때
허기처럼 제 눈을 찌르는 결론이 있다
싹둑, 배반의 완벽함으로 날개를 자른다
각자의 입장에서 약속과 유리는 그저 깨진다는 것?
거짓말처럼 전체를 잃었다, 부서지기 위해 얼굴을 담던 거울처럼
스스로를 소멸하는 방식으로 증명되는 진실과 흩어지는 행성들
깨지는 속성을 품은 운명은 안과 밖이 외롭다
깨진 것들이 수런거린다
-월간『우리詩』(2012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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