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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시 모음 - 정현종, 함민복, 문무학, 복효근, 김인수, 박시교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1. 1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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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시 모음

 



정현종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시집『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미래사,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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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

 

 

물울타리를 둘렀다
울타리가 가장 낮다
울타리가 모두 길이다

 

 

 

- 시집『말랑말랑한 힘』(문학세계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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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 새로 읽기 7 -섬


문무학

 


'서다' 라는 동사를
명사화하면 '섬' 이 된다


뭍에서 멀리 떨어져
마냥 뭍을 그리는 섬


사람은
혼자서는 그때부터
섬이 되는 것이다

 

 


-시집『낱말』(동화사,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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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효근

 


동사 '서다' 의 명사형은 '섬' 이다
그러니까 섬은 서 있는 것이다
큰 나무가 그러하듯이
옳게 서 있는 것의 뿌리,
그 끝 모를 깊이
하물며 해저에 뿌리를 둔 섬이라니
그 아득함이여
그대를 향한 발기도 섰다 이르거늘
곡진하면 그것을 사랑이라 하지
그 깊이가 섬과 같지 않으면
어찌 사랑이라 부르겠는가
태풍이 훑고 가도
해일이 넘쳐나도 섬은 꿈쩍도 않으니
섬을 생각하자면
내 모든 꼴림의 뿌리를 가늠해보지 않을 수 없어
그래, 명사 '섬' 의 동사형은
'사랑하다' 가 아니겠는가

 

 


-시집『마늘촛불』(심지,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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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

 

 

거니는 숲 속

작은 섬 하나

와 닿지 않고

열어 보지 못한 섬

 

푸른 숲을

단단히 물고 있다

외롭지 않느냐고

마을로 가고 싶지 않느냐고

행복을 꿈꾸고 싶지 않느냐고

 

대답이 없다

 

단단한 가슴이 빛나는

숲 언저리에

소리 없이 서 있는

 

섬 하나

 

 

 

―시집『분홍 바다』(그루,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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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교

 


나는 가끔
사람들 사이에서
섬이 된다


살면서 가슴 베일 일 잦은 상처 많은 섬


세파에
밀려 떠도는
절해고도絶海孤島
섬이 된다

 

 

 

-월간『현대시학』(2012,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