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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
송종찬
겨울도 아닌 것이
봄도 아닌 것이
그대를 사랑하여 아프다
가늘게 내리는 눈발의 춤사위 따라가면
솜이불 밖 그대 발금 보일까
올듯말듯 올듯말듯
눈에 길이 막혀버렸는가
나는 기다리지만 그대는 쉬 오지 않는다
얼어붙은 우물가 꽉 막힌 펌프에
떨리는 두 손 닿으면
울컥 속울음 솟구칠 것 같은
그대를 사랑하여 고드름 길게 자라나고
눈에 갇혀 오지 못하는가
인간도 아닌 것이
짐승도 아닌 것이
그대를 사랑하여
-월간『현대시학』(2011년 3월호)
-안도현 지음 『2012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작가,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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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
박형진
아무래도
햇장이 익으려는 게다
고통 없는 성불도 세상에 있으랴만
눈물만 가득 찬 고해의 항아리에
봄 내내 묵언으로만 들어앉아
살 에던 겨울밤 신열에 들뜬 몸
풀어 붉은 마음 다 쏟아 보태더니
보태도 보태도 미침이 없어
맵찬 통고추 잉걸대는 숯불덩이로
몸에 연비를 넣었구나
그렇게 닳고 졸여도 이룰 수 없던가
스스로 불러온 마지막 결단
너를 둘러싼 철벽의 항아리
차라리 얼려 깨버리려는구나
와장창! 이룸 없이 이루려는구나
보아라, 바로 그 지점
만다라처럼 한 송이 장꽃은 피며
성불이다! 장이 익는다
-시집『콩밭에서』(보리.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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