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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신 / 이연주 - 독신자 / 고정희 - 終詩 / 박정만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1. 2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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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신

 

이연주

 

 

이마에 재 뿌리고

쑥향과 빈 촛대 들고

들판으로 갔다

 

나는 밀기울 껍데기로

홑껍데기로

주여,

용서하소서

 

어두움 실핏줄이 터져

못 이길 두려움에 혼절할 듯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주여, 용납하소서

 

바람이 죽은 날들을 닦았다

나는 혼신을 다해

촛대 위로 올랐다

불을 그어다오.

 

 

 

-시집『매음녀가 있는 밤의 시장』(1992.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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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자


고정희

 


환절기의 옷장을 정리하듯
애증의 물꼬를 하나 둘 방류하는 밤이면
이제 내게 남아 있는 길,
내가 가야 할 저마치 길에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크고 넓은 세상에
객사인지 횡사인지 모를 한 독신자의 시신이
기나긴 사연의 흰 시트에 덮이고
내가 잠시도 잊어본 적 없는 사람들이 달려와
지상의 작별을 노래하는 모습 보인다


그러므로 모든 육신은 풀과 같고
모든 영혼은 풀잎 위의 이슬과 같은 것,
풀도 이슬도 우주로 돌아가, 돌아가 -(한xx)


강물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이어라
강물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이어라
바다로 흘러가는 강물이어라 -(강xx)


잊어야 할까 봐
나는 너를 잊어야 할까 봐
아무리 붙잡아도 소용없으니까 -(노xx)


하느님 보시기에 마땅합니까? -(김xx)


오 하느님
죽음은 단숨에 맞이해야 하는데
이슬처럼 단숨에 사라져
푸른 강물에 섞였으면 하는데요 -(나)


뒤늦게 달려온 어머니가
내 시신에 염하시며 우신다
내 시신에 수의를 입히시며 우신다
저 칼날같은 세상을 걸어오면서
몸이 상하지 않았구나, 다행이구나
내 두 눈을 감기신다
 
 

 

―고정희 지음『고정희 시전집 세트 2』(또하나의문화,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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終詩

 

박정만

 

 

나는 사라진다
저 광활한 우주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