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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 쏟아부은 치킨집 2년도 못버텨..가정까지 무너져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2. 14.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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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 쏟아부은 치킨집 2년도 못버텨..가정까지 무너져

파이낸셜뉴스 | 입력 2013.02.14 17:30

 

 

위기의 자영업 실태 들여다보니…

#1. 서울 상계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43)는 최근 폐업신고를 할까 고민 중이다. 장사가 안 돼 식당 문을 닫은 지 3개월이나 지났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400만원으로 5년 동안 상가를 계약해 계약기간이 3년이나 남은 상황이다. 상가 주인은 새로운 임차인을 찾고 있지만 3개월째 임대가 되지 않아 김씨는 월세만 밀려 있다.





#2. 경기도 내손동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던 조모씨(39·여)도 최근 중고시장에 그동안 쓰던 물건들을 내놨다. 가게가 문을 닫은 지 2개월이나 됐기 때문이다. 조씨가 옷가게를 시작한 건 1년이 넘었다. 그러나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장사는 안 되고 인건비와 난방비만 나갔다. 결국 조씨는 지난해 12월 가게 문을 닫고 가게에서 쓰던 집기를 먼저 처분키로 했다.

■신규창업자 생존기간 2년4개월

경기침체와 소비둔화로 지난 10년간 자영업자 4명 중 3명꼴로 문을 닫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의 평균 생존기간은 3년4개월이며 최근 10년간 신규 창업한 개인사업자의 생존기간은 고작 2년4개월이다.

14일 금융감독원과 KB국민카드에 따르면 지난 2002~2011년 204만개 개인가맹점을 조사한 결과 평균 생존기간(3년4개월)을 밑도는 업종은 학원·교육서비스, 식품·종합소매, 주점·유흥서비스, 음식점, 스포츠·오락, 정보통신업 등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종은 특별한 기술 없이도 소규모 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은퇴한 베이비붐세대를 중심으로 창업이 늘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쏠림현상과 경기둔화로 소비가 줄면서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11년 프랜차이즈 치킨전문점을 열었던 박모씨(53·여)는 현재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명예 퇴직 후 8000만원을 투자해 사업을 시작했지만 최근 본인 인건비조차 벌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는 "가게 월세에 배달하는 아르바이트생 월급을 주고 나면 오히려 손해를 볼 지경"이라며 "인근 5~10분 거리에 경쟁 치킨전문점이 두세 곳 더 들어서면서 장사하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3년 전 회사에 사표를 낸 후 대학가 근처에 호프집을 창업한 김모씨(45)도 최근 가게 문을 닫았다. 한때 유동인구가 많고 단골 손님도 생기면서 매출이 늘어났다. 하지만 치솟는 임대료, 식자재 비용,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매출이 증가해도 수익은 계속 하락했다. 그는 "불경기로 고객의 발길은 점점 줄어드는데 주변 술집과의 가격경쟁으로 단가를 자꾸 낮추다 보니 더 이상 견디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평균 생존기간을 넘긴 업종은 약국, 전자제품 판매, 차량 및 관련 서비스, 병원·의료서비스, 택시·운수업 등 상대적으로 전문기술이 필요하고 일정 자본력을 갖춘 업종으로 나타났다. 이 중 생존기간이 가장 긴 업종은 약국으로 4년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학원·교육서비스가 생존기간이 가장 짧은 업종으로 조사됐다.

■생계영 자영업자 전체의 79%

자영업자의 생존율이 낮은 것은 국내 자영업자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과도하게 높다는 데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자영업자는 553만명으로 전년 말 대비 1만명 증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을 적용해 무급 가족 종사자까지 포함할 경우 자영업자는 664만명으로 늘어나는데 전년 말보다 1만명이나 증가한 것이다. 특히 전체 자영업자(664만명) 중 규모가 영세한 생계형 자영업자가 527만명으로 전체 자영업자의 7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 기준으로 국내 자영업자 비중은 28.2%(2011년 기준)로 OECD 국가 평균(16.1%)과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평균(16.6%)과 비교해도 1.6배 이상 높다. 특히 지속적으로 자영업자 비중이 줄고 있음에도 OECD 24개국 중 네 번째로 높다. 반면 일본(11.9%), 독일(11.6%), 미국(7.0%), 캐나다(9.0%) 등 주요 선진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10% 내외로 우리나라의 3분의 1 수준이다.

금융당국도 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특성에 맞는 신용평가모형 구축과 프리워크아웃 프로그램 도입 등을 추진키로 했으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는 자영업자 비중이 선진국보다 높은 데다 생계형 자영업자가 대부분이어서 창업 후 3년 내 휴·폐업하는 일이 다반사"라면서 "자영업자의 생존율을 높이려면 과도한 쏠림현상을 막기 위한 구조적인 개선 노력과 함께 예비창업자들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금융·기술지원, 창업교육 등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hjkim@fnnews.com 김홍재 이보미 연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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