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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 사정라인, 견제와 균형 무너졌다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2. 2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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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 사정라인, 견제와 균형 무너졌다

기사입력 2013-02-20 03:00:00 기사수정 2013-02-20 09:14:31

 

총리-비서실장-법무-민정 成大 법학과 출신
청와대-내각 핵심 인사 ‘成와대’ 논란 불거져


#1. 지난해 7월 26일 위장전입과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 등을 받던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가 전격 사퇴했다. 2000년 대법관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이래 후보자가 국회 임명동의 과정에서 사퇴한 것은 처음이었다. 김 후보자가 사퇴하자 김 후보자와 추천권자인 권재진 법무부 장관, 검증 책임자인 정진영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모두 경북고 동문인 점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동문 인맥’이 검증 시스템의 작동을 가로막았다는 지적이었다. 7개월 뒤인 올해 2월 13일, 이번에는 특정업무경비 사적 유용 의혹 등을 받던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다. 이 후보자 역시 권 장관, 정 수석과 고교 동문이다.

#2. 2003년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자 ‘청Y대’라는 말이 유행했다. 청와대 초대 비서진 가운데 이광재 국정상황실장과 윤태영 연설담당비서관, 김만수 보도지원비서관, 천호선 참여기획비서관 등 유독 연세대 출신이 많았기 때문이다. 2004년 2월 김우식 연세대 총장이 대통령비서실장으로 발탁되자 연세대 출신 비서진이 김 총장을 밀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어 2005년 ‘사할린 유전 개발 의혹 사건’(일명 ‘오일게이트’)이 터지자 청와대의 특정 인맥이 내부 보고를 의도적으로 누락했다는 논란을 빚었다.

19일 대통령수석비서관 인선을 끝으로 ‘박근혜 정부’의 내각과 청와대 주요 인선이 마무리됐지만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늦은 인선과 여야의 대립으로 새 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국정 공백 사태가 불가피한 데다 특정 대학 인맥이 정권의 핵심 축을 담당하면서 ‘견제와 균형’이란 인사의 ABC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선 기간에 약속한 대탕평을 실현하기 위해 상대 진영 인사를 과감히 기용하거나 지역 안배, 여성 발탁에 각별히 공을 들인 흔적도 찾기 힘들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평가다.

본보의 ‘박근혜 시대-인사가 만사다’ 시리즈 첫 회(2012년 12월 22일자 A1·3면)에서 전문가들은 능력 위주(Ability)로, 차별 없이(Balance), 반대파(Contrarian)도 포용하는 ABC 인사를 당선인에게 권했다.

특히 ‘성균관대 쏠림 현상’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의도와 무관하게 ‘불균형 인사’라는 입방아를 낳았다. 정권의 ‘빅2’로 불리는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와 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 내정자는 성균관대 법학과 동문인 데다 동향(경남)이다. 더욱이 정권의 법질서와 도덕성을 책임지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곽상도 민정수석비서관 내정자까지 ‘빅2’와 같은 성균관대 법학과 동문이다.

내각과 청와대 인선 대상자 30명 가운데 성균관대 출신은 7명이다. 서울대(10명)에 이어 두 번째이나 파워에선 가장 큰 자리들을 장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盧때 ‘청Y대’… MB땐 경북고 인맥… 정권마다 논란 ▼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능력을 전제로 뽑았다 하더라도 (다른 대학 출신들의)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대통합을 가로막을 뿐 아니라 내각이나 청와대에 문제가 생기면 특정 인맥 때문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특정 인맥이 특정 라인을 장악하면서 국정 난맥상을 빚는 일은 정권마다 반복됐다.

김대중 정부가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은 ‘옷 로비 사건’ 때는 박상천 법무부 장관과 김태정 검찰총장, 박주선 대통령법무비서관이 모두 광주고, 서울대 법대 동문이었다. 특정 인맥이 사정 라인을 장악해 사건을 축소, 은폐했다는 의혹 탓에 국민적 의구심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정권의 레임덕은 가속화됐다.

1997년 대선을 혼탁하게 만든 ‘북풍(北風)’과 ‘세풍(稅風)’ 사건 등에는 당시 배재욱 대통령사정비서관과 박일룡 국가안전기획부 1차장 등 경남고 인맥들이 얽혀 있었다. 김영삼 대통령의 직계 후배들인 이들은 김 대통령의 대선 중립 지시를 어기고 각종 공작에 나섰다가 형사 처벌됐다.

김영삼 정부가 외환위기를 맞았을 때는 강경식 경제부총리와 김인호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 서울대 법대 동문이었다.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들은 당시 경제 상황을 축소 보고했다는 의혹을 샀다. 김 전 대통령도 퇴임 후 “경제부총리와 경제수석이 사전에 조율해서 보고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박 당선인이 자신의 출신 학교도 아닌 성균관대 인맥을 의도적으로 발탁했다고 보긴 어렵다.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 이후 인선 스케줄이 꼬이다 보니 결과적으로 빚어진 일이라는 게 당선인 주변의 설명이다. 하지만 검증 미흡에 따른 불상사로 전체 인사구도가 흔들리면서 내각과 청와대 인선을 각각 2차례씩 쪼개서 발표하는 ‘살라미식 인사’를 하다 보니 ‘견제와 균형’이라는 큰 원칙에 균열이 생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 박근혜 정부가 정식 출범하면 국가정보원장과 국세청장 등 권력기관장의 인선이 잇따라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당선인이 앞으로 정권의 쏠림 현상과 ‘집단사고(group thinking)’의 위험성을 막아줄 ‘견제와 균형’의 인사 원칙을 어떻게 실현할지 주목해볼 대목이다.

이재명·손영일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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