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
안철수 ·
박원순 세 사람의 야권 내 각축이 싹트고 있다. 문·안 두 의원은 이미 대선 행보를 시작했다. 내년 서울시장 선거 재선(再選)이라는 관문이 남은 박 시장은 일단 지방선거에 전념한다는 입장이지만 시선은 그 너머를 향하고 있다. 세 사람의 신(新)
삼국지가 야권 정치의 핵이 될 전망이다.
◇세 사람 7개월 만에 한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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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무소속 안철수 의원, 민주당 문재인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 이희호 여사(첫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등이 14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6·15 남북 정상회담 13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전기병 기자
세 사람은 14일 저녁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6·15 남북 정상회담 13주년 기념행사' 자리에서 만났다. 세 사람이 동시에 한 행사에 참석한 것은 작년 10월 강금실 전 법무장관 출판 기념회 이후 7개월여 만이었다. 박 시장은 행사 주최 측 공동위원장 자격으로, 문·안 두 의원은 손님으로 참석했다. 세 사람은 행사장을 분주하게 오가며 사람들을 만났다. 야권 사람들이 집결한 이 행사는 세 사람이 놓칠 수 없는 자리다.
문 의원은 이미 경제 현장을 찾아다니고 자문 교수들과 공부 모임을 진행하는 등 대선 준비에 들어갔다. 안 의원은 오는 19일 포럼 '내일' 토론회에서 '안철수 세력'이 뭘 하려는지를 밝힐 계획이다. 박 시장은 민주당 의원 및 시의원들을 두루 만나고 민주당 행사에 부지런히 참석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안·박 세 사람과 내년 지방선거 등을 통해 부각되는 사람 등 5~6명이 각축하는 과정에서 누가 야권 재편을 주도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과 안철수는 '제로섬 관계'문재인·안철수 두 사람은 점잖다. 하는 말도 비슷하다. 정치 혁신,
경제 민주화와 사회적 경제의 기반 확충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야권 내에선 두 사람 사이를 '제로섬 관계'라 표현하는 사람이 많다. 한쪽이 이익을 보면 한쪽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관계라는 뜻이다. 양측 사이에서는 불신감도 상당하다. 문 의원 측 사람들은 안 의원에 대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고, 안 의원 측 사람들은 "친노(親盧)는 거의 종교 집단 수준"이라고 한다.
문 의원과 가까운 한 의원은 "안 의원 측이 민주당을 깨야 생존할 수 있다고 판단한 만큼 틈이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안 의원 측 핵심 인사도 "우리는 이미 민주당과 문재인을 넘어서기로 작정했다"고 했다.
◇박원순은 문·안 넘어설 수 있을까박원순 시장은 안철수 의원의 양보로 서울시장이 됐다. 그러나 지금은 민주당원이다. 정치 노선도 안 의원보다는 문 의원 쪽에 가깝다. 박 시장과 문 의원은 대선 후 따로 세 번가량 배석자 없이 만났다. 박 시장은 그러나 안 의원과는 안 의원의
노원병 보궐선거 때 서울시청에서 공개적으로 만난 외에 따로 만난 적이 없다고 한다.
박 시장은 내년 서울시장 재선이 급하다. 그래서 "당장은 서울시장을 잘하는 것 외에는 생각할 수 없다"(핵심관계자)고 한다. 그러나 문·안 두 사람을 '전략적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 박 시장과 가까운 한 민주당 의원은 "박 시장은 문·안 두 사람에게 부족한 것을 갖고 있다고 나는 본다"고 했다.
안 의원은 이제 냉혹한 정치 현실에 올려졌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의 시계는 안 의원에게 여유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문 의원에 대해서는 "여전히 '권력 의지'가 문제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더 이상 추대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거머쥘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어찌 됐든 야권 내에선 "다음 대통령은 세 사람 중 한 명"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