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내가 훔치고 싶은 ♠ 시

돌의 새 / 장석남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7. 10.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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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의 새

 

장석남

 


노란 꽃 피어
산수유나무가 새가 되어 날아갔다
산수유나무 새가 되어 날아가도
남은 산수유나무만으로도 충분히
산수유나무


너는 가고
가고 나는 이것만으로도 너무 많은
너를
달리 무엇이라고 부르나


길 모퉁이에 박힌 돌에 앉아서
돌에 감도는
이 냉기마저도 어떻게 나누어 가져볼 궁리를 하는 것도
새롭게 새롭게 돋은 어떤 새살肉)인 모양인데


이 돌멩이 속에 목이 너처럼이나 긴
새가 한 마리 날아간다
날아가긴 해도 그 자리에서만 날아가고 있다

 

 

 

-시집『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창작과비평사,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