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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부처손
김선우
개두릅 개복숭아 개살구 개머루 개꿈 개떡 같은
참 것이나 좋은 것이 아닌 함부로 된 걸 말하는 개, 라는 접두사가
부처님 손바닥처럼 생긴 풀 앞에 그것도 좀 모자란 듯한 잘디잔 손바닥 앞에 이름 붙어
개부처손이라 했다
납작한 바위를 감싸며 깊은 그늘 만들고 있는
고작 엄지손톱만한 개부처손들 앞에서 서성거린다
저자거리의 좀 덜된 무명씨 같은 이도 부처될 만하다는 것 같기도 하고
막된 인사人事보다 개가 부처를 이루는 게 도리라는 것도 같고
개나 소나 팽나무나 바위나 그저 데면데면하게 바라보던 것들 중에
이미 부처를 이룬 것들이 수두룩할 것 같고
―현대문학상 수상시집『피어라, 석유!』(현대문학,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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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양귀비
이화은
개복숭아 보다 슬픈 개양귀비
개살구 보다 슬픈 개양귀비
개를 끌고 가는 예쁜 여자 보다 슬픈 개양귀비
양귀비 보다 개 보다 더 슬픈 개양귀비
한 방울의 독이 없어
이름이 되지 못한 당신이여 나여
흔해 빠진 연애여
꽃이 피었던 자리에 비석을 세우진 말자
꽃의 심장에 아무것도 기록하지 말자
다만
개양귀비 보다 더 어여쁜,
이름이 되지 못한 이름 하나가
잠시 다녀간 계절이 있었다고
독이 없어
지독히 슬픈 개양귀비
―계간『다층』(2011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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