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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의 남편
―테드 휴즈(1930∼1998)
일부러 석탄가루를 뒤집어쓰고 집에 돌아와
싱크대와 수건을 더럽히며 그 여자로 하여금
빨래솔과 빨래판으로써
돈의 완강한 성질을 알게 한다.
또한 어떤 종류의 먼지 속에서
갈증이 생겼고 그것을 풀 권리를 얻으며
어떤 땀을 그가 돈과 바꿨고
돈의 피나는 무게가 어떤 것인지를 알게 한다. 그는 그 여자의 의무를
새삼 일깨워 그 콧대를 꺾으리라.
오븐 속에 두 시간을 데운 튀겨진 나무쪽 같은 감자튀김은
그 여자의 대꾸의 일부일 뿐.
나머지 대꾸를 마저 듣고 그는 불 속에 내팽개치고는
울리는 함석판 같은 목청으로
<돌아오라 쏘렌토로>를 부르며
집 모퉁이를 돌아가 버린다.
모욕 때문에 그녀의 등은 구부러져 혹이 생긴 것처럼 보인다.
그들에겐 자기네의 권리가 있을 테니까.
배심원들은 작은 검댕부스러기들로부터
소집될 것이다. 그들의 소장(訴狀)은 곧장
하늘로 올라가 아무런 소식이 없다.
―일간『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 143』(동아일보. 2013년 08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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