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책에 담을 수 없는 여자 / 김관민 (2013년 지용신인문학상 당선작)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8. 14.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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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담을 수 없는 여자

 
김관민

 

 
미안해요, 당신을 윤리책에 담으려 했어요

당신의 신발을 신발장에만 가두려 했으니

당신은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미안해요, 당신을 수학책에 담으려 했어요

당신의 모든 걸 계산하려고 했으니

당신은 얼마나 지루했을까요

미안해요, 당신을 국어책에 담으려 했어요

당신을 그렇고 그런 이야기 속에 살게 했으니

당신은 얼마나 심심했을까요

미안해요, 당신을 음악책에 담으려 했어요

당신의 눈에 들리지 않는 음표들만 늘어놓았으니

당신은 얼마나 짜증났을까요

정말 미안해요,

당신은 책에 담을 수 없는 여자인데

당신은 책이 아닌 이렇게 내 앞에 서 있는데

나는 그동안 뭘 하고 있었던 거죠

오, 정말 미안해요

또다시 당신에게서 답을 구하려 했네요

'
 

 

(『2013년 제18회 신인지용문학상 당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