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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에 `풀`처럼 살아난 시인 김수영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12. 2.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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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에 `풀`처럼 살아난 시인 김수영

도봉구 방학동에 시인 김수영문학관 개관

시민기자 김영옥 | 2013.11.29

 

지난 27일 도봉구 방학동에 개관한 김수영문학관

[서울톡톡] 지난 11월 27일, 도봉구 방학동에 <김수영 문학관>이 그의 생일날에 맞춰 개관했다. 눈 내리는 시인의 생일날, 사후 45년 만에 그가 도봉에 '풀'처럼 살아난 것이다.

한국 현대시의 지평을 확장시킨 대표적 참여파 시인

전관 4층의 김수영문학관엔 그의 육필 원고와 유품이 전시됐을 뿐만 아니라 시인이 생전에 사용하던 서재가 복원되어 공개됐다. 1층과 2층은 시인의 전시 공간으로, 3층은 주민들을 위한 도서관으로 꾸몄고, 4층은 시인을 추모하는 각종 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강당이 마련됐다. 시 179편, 산문 123편, 번역 43편 등과 시인 김남조, 문학평론가 유종호 등 당시 지인들이 보낸 편지와 박두진 시인이 친필로 쓴 추모시도 함께 전시됐다.

김수영 시인(좌)과 그의 육필원고(우)

이날 개관식에는 부인 김현경씨와 여동생 김수명씨 등 유족과 이동진 도봉구청장, 문학관추진위원, 문학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생전에 시인의 모습을 추억하고 에피소드를 나누며 시인을 기렸다. 황동규 시인은 "삶이 있는 한 그의 시 정신은 끊임없이 계속 될 것"이라 전했으며, 부인 김현경씨는 "작고한 지 45년만에 도봉구에 문학관에 세워지게 돼서 감개무량하다"고 전하며 "많은 분들이 문학관을 찾아 시인의 문학정신인 절대적 자유, 절대적 사랑, 자연에 대한 애착 중 하나라도 느끼고 갈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개관 소감을 밝혔다.

개관식 참석자(왼쪽에서 두 번째가 부인 김현경 씨이고, 맨 오른쪽이 여동생 김수명 씨다)(좌), 김수영문학관 현판 제막 장면(우)

참석자들은 개관식과 함께 김수영문학관의 현판을 제막했다. 그동안 민음사가 주관해 온 김수영 문학상 수상자 최승호(5회) 시인, 황인숙(21회) 시인, 김경주(28회) 시인, 황인찬(31회) 시인 등은 축하 행사를 통해 김수영 시인의 시와 산문을 낭송했다. 오후에는 '시인들의 시인 김수영의 현대성'이라는 주제로 문학관 강당에서 황현산 고려대 교수를 비롯해 10명의 교수진이 참석한 학술회의가 저녁 6시까지 펼쳐졌다. 하루 내내 시인을 기리는 행사가 이어졌다.

자치구의 노력과 유족의 유품 기증으로 탄생

서울에서 태어난 시인 김수영(1921~1968)은 문단 사에서 차지하는 무게에 비해 그동안 이렇다 할 기념사업과 문학관이 없었다. 김수영 문학상은 해마다 수상자를 내고 있긴 하지만, 서울 종로구 관철동 생가는 물론 한국전쟁 때 15년 동안 살았던 마포구 수성동 또한 재개발로 인해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실정이었다.

김수영 시인의 대표작 [풀]

도봉구엔 시인의 묘지와 시인의 대표작 '풀'이 육필로 새겨진 시비(詩碑)가 도봉동에 위치하고 있는 것은 물론 시인의 어머니가 살던 본가와 선영이 있고, 시인의 여동생이 방학동에 살고 있었다. 부인 김현경씨는 김 시인이 생전에 어머니와 여동생이 살고 있는 도봉구에 자주 찾아왔었다고 회고할 만큼 김 시인에게는 도봉구가 친숙한 공간이었다. 도봉구 또한 이런 사실을 의미 있게 여겨 시인의 발자취를 찾아 모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봉구는 2011년부터 사전 조사와 유족과의 면담, 김수영문학상을 주관하고 있는 민음사와의 협의를 거쳐 김수영문학관 추진위원회를 발족해 문학관 건립을 차근차근 준비했다. 문화센터로 사용 중인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부인 김현경씨는 시인이 직접 쓴 '풀' 육필 원고와 일기장, 탁자와 스탠드 등을 기증했고 방학동 주민인 김 시인의 여동생 김수명씨는 오빠의 유품 전체를 기증했다. 문학관 건립과 문학관 인근 거리를 문화의 거리로 조성하는데 총 12억 5,000만 원(시비 5억 5,000만 원, 국비 7억 원)이 사용됐다.

도봉구는 인근 800년 된 은행나무(서울시 보호수 1호)와 연산군묘, 정의공주묘 등을 묶어 '문화의 거리' 로 이름 붙이고, 은행나무 앞에는 김수영 시인의 시 <거대한 뿌리>를 비롯한 10편의 시를 쓴 현판을 전시할 예정이다.

김수영 시인은 근대적 자아 찾기, 온몸으로 자기 정체성 찾기의 한 모범을 보여준 시인으로 이상 시인 이후 최고의 전위 시인이며, 4월 혁명의 정치적 함의(含意)를 정확하게 읽어낸 현대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실에 발언하는 시인으로 뛰어난 작품을 선보여준 김수영시인의 면면을 늘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는 문학관 개관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위치 : 도봉구 해등로 32길 80(방학3동 문화센터)
전화 : 도봉구 문화관광과(02-2091-2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