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내가 훔치고 싶은 ♠ 시

너와집 / 박미산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4. 2. 1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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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집

 

박미산

 


갈비뼈가 하나씩 부서져 내리네요
아침마다 바삭해진 창틀을 만져보아요
지난 계절보다 쇄골 뼈가 툭 불거졌네요
어느 새 처마 끝에 빈틈이 생기기 시작했나 봐요
칠만삼천 일을 기다리고 나서야
내 몸속에 살갑게 뿌리 내렸지요, 당신은
문풍지 사이로 흘러나오던
따뜻한 온기가 사라지고
푸른 송진 냄새
가시기 전에 떠났어요, 당신은
눅눅한 시간이 마루에 쌓여 있어요
웃자란 바람이, 안개가, 구름이
허물어진 담장과 내 몸을 골라 밟네요
하얀 달이 자라는 언덕에서
무작정 기다리지는 않을 거예요, 나는
화티에 불씨를 다시 묻어놓고
단단하게 잠근 쇠빗장부터 열 겁니다
나와 누워 자던 솔향기 가득한
한 시절, 당신
그립지 않은가요?

 

 


ㅡ『세계일보 신춘문예당선작』(세계일보, 2008)
ㅡ시집『루낭의 지도』(서정시학, 2008)
ㅡ웹진 시인광장 선정『2009 올해의 좋은시 300選』(2009, 아인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