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내가 훔치고 싶은 ♠ 시

빈 절 한 채 내 사랑 / 이지엽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4. 4. 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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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절 한 채 내 사랑 
 

이지엽   
  


꽃이 지네
꽃이 지네,
소리도 없이 지네
사람이 그리운 날의
빈 절 한 채 내 사랑
종소리,
그 견디는 赤身과
눈물 사이
지고 있네


지는 꽃
가만히 덮고
중얼거리는 노을 빛
우지 마라
눈부신 침묵의 한때
우지 마라
꽃 그늘
환하고 서늘한 자리
소슬바람
고이고 있네


가다가 휘어진 담장,
휘파람도 보일 듯한데
차마 할말 다 못하고
꽃이 지네
꽃이 지네
물소리,
온 山 적막을 끌고
마을로
가고 있네
 

 


ㅡ격월간『유심』(2002년 11-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