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 신인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그 집에 가면
정명진
그 집에 가면 밥값이 오천 원이다
사람들이 몰려드는 점심시간엔
키가 작달막한 여자의 움직이는 손이
마술처럼 펼쳐진다
밥을 먹어도 먹지 않아도
커피는 공짜로 준다
여자가 내려놓은 커피는
오가다 들르는 사람 누구든 마시고 간다
나는 커피 값으로 한두 시간
여자가 살아온 얘기를 듣는다
얘기를 듣고 있으면
여자의 아버지와 어머니
여자의 아버지의 큰 아내와
한 아버지와 두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형제자매들과
그 형제자매 아이들과
여자의 시아버지와 시어머니와
여자의 시아버지의 큰 아내와
한 아버지와 두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형제자매들과
그 형제자매 아이들로
한 평 남짓한 지하식당이 꽉 찬다
―월간『유심』(2013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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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원 벌었다
정명진
“관리실 옆에서 금반지 금팔찌 금이빨 은수저 등을
좋은 가격에 매입하고 있으니 많은 이용 바랍니다”
관리실 안내 방송에 귀가 번쩍했다
몇 달 전 썩은 이 떼어내고 때운
금덩이가 떨어져 잃어버릴까 봐
휴지 한 장 뜯어 잘 여며
병원으로 들고 갔더니
아무짝에도 쓸 데가 없다 하여
남편 야간수당 다 털어 다시 때우고
그래도 금덩이라 보관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때가 왔다
저울에 올린 금덩이
무게 서 푼 좋은 가격 구천 원
천 원 얹어 만 원 벌었다
―월간『유심』(2013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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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정명진
한 주에 두어 번 찾아오는 친구가 있습니다
친구 집과 나의 집은 걸어서 반 시간 정도 걸리는데
친구가 집에 갈 때는 친구 집으로 가는 길을 함께 걷습니다
가끔 나가는 친구 남편의 일용직 일이 얼마나 고된지에 대해
반지하 사무실에서 여섯 명이 일하던 몫을
혼자 동동거리는 친구의 큰 아이에 대해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일터로 나가는 친구의 작은 아이에 대해
친구가 가끔 나가는 출장뷔페에서 하는 설거지가
얼마나 치열하게 몸을 움직여야 하는지에 대해
귀를 기울이며 걷습니다
14평 임대아파트 친구 집 근처 가장 넓은 길 횡단보도까지 걸어서
파란 신호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친구의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돌아오곤 합니다
병원을 내 집처럼 드나드는 나는
어디 가서 치열하게 몸을 쓰지는 못하고
오늘도 그 길 걷는 데 시간을 보냈습니다
―월간『유심』(2013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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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원 벌었다
정명진
“관리실 옆에서 금반지 금팔찌 금이빨 은수저 등을
좋은 가격에 매입하고 있으니 많은 이용 바랍니다”
관리실 안내 방송에 귀가 번쩍했다
몇 달 전 썩은 이 떼어내고 때운
금덩이가 떨어져 잃어버릴까 봐
휴지 한 장 뜯어 잘 여며
병원으로 들고 갔더니
아무짝에도 쓸 데가 없다 하여
남편 야간수당 다 털어 다시 때우고
그래도 금덩이라 보관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때가 왔다
저울에 올린 금덩이
무게 서 푼 좋은 가격 구천 원
천 원 얹어 만 원 벌었다
―월간『유심』(2013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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