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내가 훔치고 싶은 ♠ 시

치매 걸린 시어머니 / 진효임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4. 7. 2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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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걸린 시어머니


―진효임(1943∼)

 

 

눈도 못 맞추게 하시던 무서운 시어머니가
명주 베 보름새를 뚝딱 해치우시던 솜씨 좋은 시어머니가
팔십 넘어 치매가 왔습니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손발은 말할 것도 없고
방 벽에까지 그림을 그렸습니다.
대소변도 못 가리시면서 기저귀를 마다하시던 시어머니,
꼼짝 없이 붙잡힌 나는
옛날에 한 시집살이가 모두 생각났는데,
시어머니가 나를 보고.
엄니, 엄니 제가 미안 허요, 용서해 주시요 잉.
공대를 하는 걸 보고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우리 시어머니 시집살이도
나만큼이나 매웠나 봅니다.

 

 


-일간『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 60』(동아일보. 2013년 01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