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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1일 세상을 떠난 김상옥(84)시인을 비롯해 현재 석달째 의식을 잃고 투병중인 김춘수(82)시인의 애끓는 ‘사부곡’(思婦曲)이 가슴 시린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시조시인 김상옥씨가 지난달 31일 세상을 떠났다. 60여년간 해로했던 아내를 잃자 곡기를 끊고 지낸지 엿새째만의 일이었다. 고인은 15년 전 다리를 다친 후 그동안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했고 부인 김정자 여사는 그런 시인을 자신의 몸이 부서지는 줄도 모르고 극진하게 보살폈다. 그러다 지난달 21일 김 여사가 먼저 세상을 떠났다. 김 시인의 딸 훈정씨는 “아버지의 병수발을 하던 어머니가 보름 전에 허리를 다쳐 입원했는데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다친 곳이 아니라 다른 곳의 뼈들이 이미 여러곳 부러진 상태였다”면서 “어머니는 자신의 몸이 부서진 것도 모르고 아버지를 수발하다 세상을 먼저 떠나셨다”고 말했다. 유족에 따르면 김 시인은 부인이 입원한 사실을 지난달 24일 뒤늦게 알았다. 가족들이 혹시 놀랄까봐 숨긴 때문이었다. 병원을 찾은 시인은 누워 있는 아내를 보며 “자네를 전생에서 본 것 같네. 우리의 이승은 다 끝났나 보네”라며 죽음을 예감한 말을 했다고 훈정씨는 전했다. 면회 후 이틀만에 부인이 세상을 떠났지만 시인은 그 사실을 이번에도 뒤늦게야 알았다. 훈정씨는 “사후 이틀만에 아버지께 사실을 알리자 ‘이제부터는 나에게 밥을 권하지 마라’며 식음을 전폐했다”고 말했다. 이날 시인은 큰딸에게 ‘어머니의 은혜’를 부르라고 시키는가 하면 밤새 대성통곡을 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아내가 묻힌 경기도 광주시 묘소를 다녀온 직후 김 시인은 거주하고 있던 딸 집의 거실에서 쓰러져 뇌사상태에 빠졌다. 그리고 이튿날인 31일 60여년간 떨어져 살아본 적이 없는 아내 곁을 따라갔다. 고인은 교과서에 실리기도 한 ‘백자부’를 비롯해 ‘조춘’‘봉선화’ 등의 작품을 남겼다. 지난 8월 4일 기도폐색으로 쓰러져 현재 세달째 의식불명의 깊은 잠을 자고 있는 김춘수 시인. ‘꽃’으로 유명한 김 시인도 쓰러지기 직전 아내에 대한 절절함을 작품으로 남겼다. ‘너는 죽지 않는다./너는 살아 있다./죽어서도 너는/시인의 아내,/너는 죽지 않는다./언제까지나 너는/그의 시 속에 있다’(S를 위하여) S는 5년 전 사별한 부인 명숙경 여사의 이니셜. 82세 한 노인의 가슴에 아내에 대한 그리움은 그리도 깊이 서려 있었던 것. 김 시인은 의식을 잃기 직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말할 수 없는 허전함이 무엇인지 알았다”고 사별한 부인을 추억했다. 병상을 지키고 있는 시인의 딸 영희씨는 “쓰러지시기 얼마 전부터 부쩍 5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 이야기를 하시며 ‘내가 죽으면 너그 엄마가 마중 나올라나’하고 농담을 하셨다”고 말했다. 지난 2000년 12월 세상을 떠난 서정주 시인도 두 시인 못지 않은 애틋한 ‘사부곡’(思婦曲)의 주인공. 서 시인은 그해 10월 부인 방옥숙 여사가 죽자 두달 동안 곡기를 끊고 술로 연명하다 기력을 잃고 부인을 따라 세상을 떠나 사람들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 ||
2004-11-02 김주선 sun@clubmetro.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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