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산 ♠ 시

산 아래 식사 / 이홍섭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4. 9. 3.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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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아래 식사

  

이홍섭

  

 

산 아래에서

산과 마주 앉아 밥을 먹으면

낯설고 험한 산길도

누룽지처럼 익어간다

 

절 밥을 축내던 시절

나는 밥때가 되면

죽어라고 산을 내려와 산을 마주하며 밥을 먹었다

 

찬물에 밥 말아 먹을지언정

밥은 꼭 세간에서 먹어야 한다고

 

이 비루먹을 세간에서

 

 


―시집『터미널』(문학동네,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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