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딘 사랑
이정록
돌부처는
눈 한번 감았다 뜨면 모래무덤이 된다
눈 깜짝할 사이도 없다
그대여
모든 게 순간이었다고 말하지 마라
달은 윙크 한 번 하는데 한 달이나 걸린다
―선집『자연 속에서 읽는 한 편의 시 03』(국립공원,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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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것만 같았던 세월은 짧기만 하고
무등산을 가면은 부서진 돌 파편이 내를 이루고 있는 너덜겅이 장관이다. 장불재에서 규봉가는 길은 흙길보다 돌길이 더 많은 너덜지대다. 이렇게 부서진 돌이 많은 것은 무등산의 상징인 입석대, 서석대, 규봉 등 주상절리 돌기둥이 오랜 세월에 걸쳐 무너져 내린 것이라고 한다. 이런 돌기둥이 무너져 내리기까지 얼마나 오랜 세월의 풍파를 겪었을까.
지금은 인스턴트 시대이다, 패스트푸드 시대이다. 비둘기호라는 완행열차는 없어진지 오래이고 통일호라는 보통급행열차의 기억도 희미하다. 무궁화 시대를 넘어 이제는 시속 300킬로를 KTX가 달리고 있다. 아니 날아다닌다고 해야 맞는 표현일지 모르겠다. 이렇게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해 가는데 달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한 달에 한 번 윙크를 한다. 지구를 향한 저 끝없는 그리움은 식지도 않는다.
돌부처가 눈을 한 번 감았다 뜨니까 돌덩이가 된 것도 아니고 모래무덤이 되었다고 한다. 그 돌부처님 눈 한 번 감고 있는 시간이 참 길기도 하다. 어찌 그 긴 사랑을 더디다고만 할 수 있을까.
<▲무등산 국립공원/입석대에서 서석대 올라가는 고갯길>
<▲무등산 국립공원/입석대>
<▲무등산 국립공원/입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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