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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숨은 보석, 안식을 주는 안산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4. 12. 1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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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숨은 보석, 안식을 주는 안산 월간마운틴 | 입력 2014.12.18 10:18


↑ 0001(안산의 정상부 모습.)

[MOUNTAIN=이혜란] 내게는 언제나 설레며 기다리는 날이 있다.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나 자신과 가장 가까워지는 날이며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날이다. 2014년 10월 25일, 나는 서대문구 안산으로 향했다. 산행지가 안 산으로 정해졌을 때 나는 경기도 안산을 떠올렸다. 그만큼 초보이 며 산 바보이다. 하지만 오를 때만큼은 누구보다 열정 넘치는 진짜 산 바보가 된다.

안산은 서대문구에 위치해 있으며 모악(毋岳)이라고도 불린다. 또 산의 모양이 말의 안장(길마)과 같이 생겨서 안산이라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어머니의 산이라는 의미로 모악산(母岳山)불리기도 했다.
다양한 이름만큼 안산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의 이야기는 오전 10시 3호선 독립문역 4번 출구에서부터 시 작됐다. 독립문역은 하나 둘 보고팠던 이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지방에서 오는 한 대원 늦어져 우리는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이미 주변은 많은 사람이 독립공원에서 3·1독립선언기념탑과 독립 문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북적였다. 우리 또한 오늘의 만남을 기억하고 추억하기 위해 카메라의 셔터를 마구 눌러댔다.

↑ 0002(함께한 친구들)

공원의 약간 높은 지대를 지나치는 중 독립관의 위패 봉안소 앞에 서는 많은 사람이 헌화와 분향을 하며 순국선열을 기리고 있었다. 뜻 깊은 장소에서 준비운동까지 모두 마친 후 드디어 안산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했다. 가는 중간에 1907년 일제가 우리나라 애국지 사들을 투옥하기 위해 만든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볼 수 있었다.

길을 따라 3033부대의 철조망이 넝쿨째 있는 담벼락의 오르막을 걷다보면 그 끝으로 길이 없거나 경사가 급한 곳에 만들어진 나무 데크길의 계단은 오르막으로 긴장 된 다리를 쉬게 한다. 데크길을 따라 우거진 나무들이 쾌청한 숨을 쉬게 하고 바닥에 아무렇게나 흩어진 나뭇잎들이 오히려 마음을 정갈하게 해준다.

걷다 보면 안산 자락길이 펼쳐지는데, 이곳은 휠체어와 유모차뿐만 아니라 보행약자도 편하게 삼림욕을 즐기며 산책할 수 있도록 경사를 완만하게 조성해 놓은 숲길이다. 안산은 포장길, 비포장길, 데크길 등 오르는 중간중간 색다른 길을 선사한다. 길이 단순한 듯 복잡하고 낮지만 그렇다고 우습게 여길 산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 안산의 풍요로움과 신선한 광경에 매료된 탓에 다들 감탄과 대화들이 끊이질 않았다. 그래서 한 친구 권유로 묵언 산행을 시작 했다. 그러나 오래지나지 않아 어느새 다들 감탄이 새어나오고 말았다. 그 만큼 안산은 아름답고 매력적인 산임은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올랐을까. 울긋불긋 형형색색 옷을 입은 울창한 나무들과 서울의 높은 빌딩을 품고 있는 시가지가 한눈에 펼쳐졌다. 우리는 간단하게 챙겨온 간식을 먹으며 잠시 숨을 돌리기로 했다.
곧 오르게 될 눈앞에 보이는 안산 정상 (봉수대)을 바라보며 흘린 땀도 닦아 내고 유유자적하며 바람을 느꼈다. 또 서로의 근황을 이야기하며 짧은 휴식을 만끽했다.

돌길을 따라 오르고 계단을 따라 오르며 인왕산, 북악산, 천마산, 아차산 등 서울의 우수한 경관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도록 조성한 우수경관 조망명소도 볼 수 있었다. 봉수대에 이르자, 많은 사람으로 인산 인해를 이루었다. 사방으로 탁 트인 시야는 속세에서 쌓여있던 묵은 감정들 을 모두 날려주기에 충분했다.

↑ 0003(살아있는 식물화석이라 불리는 메타세쿼이아.)

우리는 가장 기대했던 메타세쿼이아 숲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옮 겼다. 안산은 높이가 295.9m이고 면적은 208.9ha로 비교적 낮고 넓은 산 지형 공원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길을 찾는데 있어서 의견이 분분하기도 했다. 안산을 3번이나 온 대원이 있었는데 3번 모두 길을 잃었다고 하니 이것 또한 안산이 얼마나 매력적인 깍쟁이인지 알 수 있는 노릇이다. 하긴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 이 있듯, 방법이야 어쩌랴 순간을 즐기고 행복하면 될 것이다. 안산을 느끼며 지루할 틈 없이 참 세심하게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 을 알 수 있었다. 중간 중간 마주하게 되는 알림판, 게시판 등에는 다양한 건강정보에 대한 알림이라든지 안산에 얽힌 설화가 걷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어느 구간을 들어서니 일제히 사람들의 탄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눈앞에 울창하게 뻗은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 로잡았다. 메타세쿼이아는 살아있는 화석식물이라는 특별한 의미와 매년 1m씩 자라나며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특유의 향기, 산소와 풍부한 피톤치드로 많은 사람에게 안식을 주고 사랑을 받고 있는 나무 중 하나이다.

나도 메타세쿼이아 나무처럼 올곧은 사람으로 누구에게나 안식을 주는 사람, 매년 성장하고 성숙하 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보다 아름다운 모습이 어디에 또 있을까 주변을 둘러보고 걷는 내내 황홀한 기분에 심취하여 사진을 찍고 또 찍고 모두 입가에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 0004(안산 정상에서 찍은 사진. 인왕산과 서울성곽이 보인다.)

처음 안산을 오르기 전에는 안개가 끼어 있고 시야 확보가 어려워 제대로 보고 느끼고 즐길 수 없겠다 싶은 생각에 아쉬워하기도 했 다. 그러나 맑은 하늘과 찬란한 햇빛이 우리를 반겨줬듯이 이번 산 행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어떠한 결과를 미리 단정 짓고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나는 아직은 산에 있어 미숙한 바보이지만 산을 통해 살아가는 용기를 얻고 배우며 진실로 산을 사랑하는 산 바보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 오늘도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감사한 마음을 산에게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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