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남편 / 문정희 - 11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5. 2. 7. 11:04
728x90

 

남편 /문정희 -- 카톡 - 좋은 시 11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는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시집 『양귀비꽃 머리에』(민음사, 2004)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50/11』 (조선일보 연재, 2008)

 

'시 편지·카톡·밴드 > 카톡 ♠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 박노래 -- 12  (0) 2015.02.09
봄 / 이성부  (0) 2015.02.09
치마 / 문정희 - 팬티 / 임보   (0) 2015.02.07
바깥에 갇히다 / 정용화 -- 10  (0) 2015.02.06
남해 금산 / 이성복 ---9  (0) 2015.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