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
배한봉
남은 음식 모아놓은 통에
닭들이 머리를 박고 부지런히 쪼아 먹고 있다.
저 닭들이 갈겨놓은 똥은
채마밭 거름이 될 것이다.
닭은 사람이 남긴 음식을 먹고,
채소는 닭똥거름을 먹고,
사람은 닭똥으로 기른 채소를 먹는다.
이것이야말로 신성이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까지 신성이 하늘 저 어디쯤 있는 줄 알았다.
나는 누구에게
저처럼 무심한 듯 환한 신성이었을까.
이름을 걸어놓고 인생에게 물어본다.
꼬꼬댁꼭꼭, 닭들이
알을 낳고 돌아와 다시 잔반통에 머릴 박는다.
―『미네르바』 2015. 봄)
예전에 내가 살던 집은 창을 열면 바로 옆이 밭이었다. 돼지우리가 있었고 재래식화장실이 있었다. 아버지는 돼지똥과 인분을 섞어서 거름을 만들어 밭고랑에 뿌리곤 했다. 특히 삭히지 않고 인분을 그냥 통에 지고 나와 채마밭에 뿌릴 때면 창문을 닫고 있어도 냄새가 방안까지 스며들었다. 밥을 먹을 때가 제일 고역이었지만 생명의 순환이었다. 돼지는 사람이 남긴 잔반을 먹었고 우리는 돼지똥이 키운 채소를 먹었다. 그렇게 무밭에 뿌려놓은 인분은 채독이 걸린다고 서리가 내릴 때까지 생으로 못 먹게 했지만 인분을 먹고 자란 무는 달디달았다.
생명의 순환을 노래한 시, 닭은 사람이 남긴 음식 쓰레기를 처리하고 닭은 똥으로 그 보답을 한다. 이렇게 쓰레기를 처리하므로서 자연히 자연보호도 함께 이루어졌다. 처음 이 시를 읽었을 때 ‘신성‘이라는 제목에 비해 내용이 너무 작은가 싶었다. 그러나 이러한 화자의 각성은 각 지자제마다 쓰레기 처리로 골치를 썩이고 있는 현실의 재반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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