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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
제세동기를 아시나요
1월 말 서울지하철 홍제역에서 심장이 멎어 정신을 잃고 쓰러진 공무원 정모 씨(50)를 구하고 조용히 사라진 여승객이 있었다. 여승객은 ‘홍제역 시민영웅’으로 불렸다. 이달 초에 의인의 신원이 밝혀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출신 이은영 연구원(40)이었다.
이 씨는 어떻게 정 씨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까. 이름도 생소한 기기 덕분이다. 이 씨는 심폐소생술로도 정 씨의 의식이 돌아오지 않자 역무원에게 “모든 지하철역에는 AED가 있다. 빨리 AED를 가져오라”고 요청했고, AED로 가까스로 정 씨의 의식을 되돌렸다.
AED는 Automated External Defibrillator의 약자로 우리말로는 자동제세동기(自動除細動器), 또는 제세동기라고 한다. 이 기기는 지하철역 등 대부분의 공공시설에 비치하도록 돼 있으며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AED도 어렵지만, 제세동기도 그에 못지않다.
제(除)는 ‘제거한다’, 세동(細動)은 ‘잔떨림’, 기(器)는 ‘기기’를 뜻하니, 제세동기는 잔떨림을 제거하는 기기라는 뜻이다. 그럼 잔떨림은 또 뭔가. 심장이 정상적인 수축과 이완을 하지 못해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박동을 말한다. 결국 제세동기는 전기충격으로 비정상적인 박동을 제거해서 정상적인 맥박으로 돌아오도록 만드는 기기라는 뜻이다. 1947년 미국의 심장 전문의 클라우드 벡이 처음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이 제세동기라는 말을 널리 쓰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일본이 번역한 것을 그대로 들여온 것으로 보인다.
신부용 KAIST 겸직교수는 며칠 전 필자에게 e메일을 보내 역무원조차 이름을 떠올리지 못하는 ‘자동제세동기’를 서둘러 알기 쉬운 이름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 번 옳다.
이제 국립국어원이 나설 때다. 국어원은 서둘러 ‘자동심장충격기’를 표제어로 삼아 국민 누구나 쉽게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그게 앞으로 있을지 모를 피해를 막는 길이다. 경각에 달린 목숨을 앞에 두고 “거시기 있잖아, 거시기 가져와”라고 하도록 방치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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