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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 있었네 / 주용일 카톡 좋은 시 71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5. 4. 22.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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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톡 좋은 시 71

그런 사람 있었네

 

주용일

   

목숨을 묻고 싶은 사람이 있었네

오월 윤기나는 동백 이파리같은 여자,

지상 처음 듣는 목소리로 나를 당신이라 불러준,

칠흙같은 번뇌로 내 생 반짝이게 하던,

그 여자에게 내 파릇한 생 묻고 싶은 적 있었네

내가 보약이자 독이었던 여자,

첫 눈에 반한 사람 많았지만

운명처럼 목숨 묻고 싶은 여자 하나 뿐이었네

사내라는 허울버리고

그 가슴에 생때같은 내 목숨 묻고 싶었네

생의 전부이자 아무것도 아니었던

지금도 생각하면 기쁘고 서러운 여자,

나를 처음 당신이라 불러주고

내 흙가슴에 제 목숨 묻은 여자.

언젠가 그여자에게 나도 내 목숨 묻은적 있네

  

시집꽃과 함께 식사(고요아침,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