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읽고 -수필

[스크랩] [반칠환] 먹은 죄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5. 4. 23.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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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은 죄

 

반칠환

 

 

새끼들에게 줄 풀벌레 잡아오던

지빠귀를 새매가 나꾸어 갔다

가까스로 허물 벗은 날개 말리던

잠자리를 물총새가 꿀꺽 삼켜 버렸다

오전에 돋은 새싹을 다람쥐가 갉아먹는다

그러나 어느 유족도 복수를 꿈꾸지 않는다

다 먹은 죄가 있기 때문이다

한없이 슬퍼도 적막한, 푸른 숲 속의 일이다

 

 

 

시집전쟁광 보호구역( 지혜, 2012)

 

 

 

  사바나의 악어들은 누떼가 강을 건널 때 한번 포식을 하면 6개월은 견딜 수 있다고 합니다. 2심방 2심실에 무게 중심을 잡는데 사용하는 무거운 간과 부력 조절 장치의 커다란 폐, 익사방지를 위한 목구멍의 개폐막 등... 악어만의 톡특한 몸의 구조로 진화를 해온 까닭도 있지만 몇 개월간 음식을 섭취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중생대 때부터 살아온 비결이라고 합니다. 포유동물인 사자와 하이에나 표범, 치타, 아프리카의 들개 리카온들은 사냥 못하여 하루를 굶는다고 해도 최소한 며칠에 한번씩은 사냥에 성공을 해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습니다. 우리 역시 하루도 음식을 섭생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습니다. 더구나 사람은 잡식성이어서 동식물을 가리지 않습니다.

 

  반칠환 시인은 시에서 새매가 지빠귀를 물어가고 물총새가 잠자리를 꿀꺽해도 다를 먹은 죄가 있어 유족들이 복수를 꿈꾸지 않는다고 합니다. 지금 나라가 성완종 게이트로 시끌벅적합니다. 종편 몇 군데는 단독보도니 뭐니 하면서 몇 시간씩 방송시간을 할애하며 시시콜콜한 것까지 이 잡듯이 흩으며 대중의 눈과 귀를 모으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목숨을 부지하는 일은 곧 누군의 목숨을 취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남의 생명을 갉아먹지 않고는 살 수 없습니다. 언젠가 티브에서 보았습니다. 유엔직원인 이 사람은 무슨 교도인지는 잊었지만 좀 특이한 종교였습니다. 육식은 물론 어류도 머리는 먹지 않고 식물도 뿌리는 생명이라 보기 때문에 먹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이렇게까지 금욕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먹지 않고는 살 수 없으니 결국은 사는 일은 죄를 짓는 일이 되고 맙니다. 어쩔 수 없이 남의 생명을 빼앗는 것이 내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라면 죄를 조금이라도 덜 짓기 위해서는 조금 덜 먹고 절제하며 살아야하겠습니다.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흐르는 물/정호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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