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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노래
박시교
봄에 하는 이별은 보다 현란할 일이다
그대 뒷모습 닮은 지는 꽃잎의 실루엣
사랑은 순간일지라도 그 상처는 깊다
가슴에 피어나는 그리움의 아지랑이
또 얼마의 세월 흘러야 까마득 지워질 것인가
눈물에 번져 보이는 수묵빛 네 그림자
가거라, 그래 가거라 너 떠나보내는 슬픔
어디 봄산인들 다 알고 푸르겠느냐
저렇듯 울어쌌는 뻐꾸긴들 다 알고 울겠느냐
봄에 하는 이별은 보다 현란할 일이다
하르르 하르르 무너져 내리는 꽃잎처럼
그 무게 견딜 수 없는 고통 참 아름다워라
―시조집『독작獨酌』 (작가, 2004)
이별을 한다면 어느 계절이 좋을까. 이렇게 묻고 나니 대답이 궁해진다. 저마다 남이 알지 못할 사정이 있어 헤어질 텐데 어떻게 계절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런데 이 시를 보고 있으면 괜히 없는 이별도 하고 싶어진다. 봄에 이별을 하게 되면 참으로 근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비록 하르르 하르르 무너져 내리는 꽃잎의 무게에 짓눌러 고통스러울지라도.
떠나보내는 아픔을 뻐꾸기가 알 리 없고 봄산이야 알까 만은 그래도 이별을 하려면 봄에 한번 해볼 일이다.
ㅡ출처: 사이버 문학광장 『문장』 / 도종환 시배달 2007-04-16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흐르는 물/정호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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