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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날 / 김형영 - 카톡 좋은 시 84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5. 5. 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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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톡 좋은 시 84     

따뜻한 봄날

 

김형영

   

어머니, 꽃구경 가요.

제 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

   

세상이 온통 꽃 핀 봄 날

어머니 좋아라고

아들 등에 업혔네.

   

마을을 지나고

들을 지나고

산자락에 휘감겨

숲길이 짙어지자

아이구머니나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었네.

   

봄구경 꽃구경 눈 감아버리더니

한 움큼 한 움큼 솔잎을 따서

가는 길바닥에 뿌리며 가네.

   

어머니, 지금 뭐하시나요.

꽃구경은 안 하시고 뭐하시나요.

솔잎은 뿌려서 뭐하시나요.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너 혼자 돌아갈 길 걱정이구나.

산길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시집다른 하늘이 열릴 때(문학과지성사, 19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