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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이사랑
가자가자 이랴이랴 서서 워워
사람의 언어를 알아듣고 소통하던
그들은
코뚜레 대신 귀때기에 수감번호를 달고
철장에 갇혀 종신형을 산다
자본주의의 돈줄에 매여 슬픔보다
체념을 먼저 배웠다
본능은 굴욕적으로 거세되어
종자 받기는 수의사 몫이다
어미가 돈을 낳고
돈이 또 돈을 낳고 또 낳고
이상적으로 완성된 죽음의 무게는
고깃덩이 삼사백 근으로
마지막 출소일은
병들어 죽거나 팔려가는 날이다
들판에서 그들이 떠난 뒤
밀 보리밭 풍경이 사라지고
아지랑이의 춤이 사라지고
종달새의 노래가 사라지고
자운영 꽃밭이 사라졌다
―시집『적막 한 채』(디시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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