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냉이꽃
장석주
여기 울밑에 냉이꽃 한 송이 피어 있다.
보라, 저 혼자
누구 도움도 없이 냉이꽃 피어 있다!
영자, 춘자, 순분이, 기숙이 같은
어린 시절 함께 뛰어놀던 계집애들 이름 같은,
촌스럽지만 부를수록 정다운
전라남도 벌교쯤에 사는 아들 둘 딸 셋 둔
우리 시골 이모 같은 꽃!
냉이꽃
어찌 저 혼자 필 수 있었을까.
한 송이 냉이꽃이 피어나는 데도
움트는 씨앗이 꿈틀거리는 고단한 생명 운동과
찬 이슬,
땅 위를 날개처럼 스치고 지나간 몇 날의 야밤과
피어도 좋다는 神의 응낙,
줄기와 녹색 이파리를 매달고 키워준 햇볕과
우주적 찰나가 필요하다!
―시집『붕붕거리는 추억의 한때』(문학과지성사, 1991)
'시 편지·카톡·밴드 > 카톡 ♠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모윤숙 - 카독 좋은 시 108 (0) | 2015.06.05 |
---|---|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김승희 - 카톡 좋은 시 107 (0) | 2015.06.04 |
외로워하지 마라/김완하 - 카톡 좋은 시 105 (0) | 2015.06.03 |
푸르른 날/서정주 - 카톡 좋은 시 104 (0) | 2015.06.02 |
그리운 나무/정희성 - 카톡 좋은 시 103 (0) | 2015.06.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