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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꽃/장석주 - 카톡 좋은 시 106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5. 6. 3.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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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톡 좋은 시 106  

냉이꽃

  장석주

   

여기 울밑에 냉이꽃 한 송이 피어 있다.

보라, 저 혼자

누구 도움도 없이 냉이꽃 피어 있다!

 

영자, 춘자, 순분이, 기숙이 같은

어린 시절 함께 뛰어놀던 계집애들 이름 같은,

촌스럽지만 부를수록 정다운

전라남도 벌교쯤에 사는 아들 둘 딸 셋 둔

우리 시골 이모 같은 꽃!

 

냉이꽃

어찌 저 혼자 필 수 있었을까.

 

한 송이 냉이꽃이 피어나는 데도

움트는 씨앗이 꿈틀거리는 고단한 생명 운동과

찬 이슬,

땅 위를 날개처럼 스치고 지나간 몇 날의 야밤과

피어도 좋다는 의 응낙,

줄기와 녹색 이파리를 매달고 키워준 햇볕과

우주적 찰나가 필요하다!

   

시집붕붕거리는 추억의 한때(문학과지성사, 1991)

 

 

 

냉이꽃

 

장석주

 

 

여기 울밑에 냉이꽃 한 송이 피어 있다.

보라, 저 혼자

누구 도움도 없이 냉이꽃 피어 있다!

 

영자, 춘자, 순분이, 기숙이 같은

어린 시절 함께 뛰어놀던 계집애들 이름 같은,

촌스럽지만 부를수록 정다운

전라남도 벌교쯤에 사는 아들 둘 딸 셋 둔

우리 시골 이모 같은 꽃!

 

냉이꽃

어찌 저 혼자 필 수 있었을까.

 

한 송이 냉이꽃이 피어나는 데도

움트는 씨앗이 꿈틀거리는 고단한 생명 운동과

찬 이슬,

땅 위를 날개처럼 스치고 지나간 몇 날의 야밤과

피어도 좋다는 의 응낙,

줄기와 녹색 이파리를 매달고 키워준 햇볕과

우주적 찰나가 필요하다!

 

 

시집붕붕거리는 추억의 한때(문학과지성사, 1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