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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선(行禪)/윤제림 - 카톡 좋은 시 113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5. 6. 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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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톡 좋은 시 113         

    행선(行禪)

 

   윤제림

   

   신문지 두 장 펼친 것만한 좌판에

   약초나 산나물을 죽 늘어놓고 나면,

   노인은 종일 산이나 본다

   하늘이나 본다

 

   손바닥으로 물건 한번 쓸어보지도 않고

   딱한 눈으로 행인을 붙잡지도 않는다

   러닝셔츠 차림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부채질이나 할 뿐.

 

   그렇다고 한마디도 없는 것은 아니다

   좌판 귀퉁이에 이렇게 써두었다

   "물건을 볼 줄 알거든,

   사 가시오."

 

   나도 물건을 그렇게 팔고 싶은데

   잘 되지 않는다,

   노인을 닮고 싶은데

   쉽지 않다.

   

시집새의 얼굴(문학동네, 2013)

 

 

 

행선(行禪)

 

윤제림

 

 

신문지 두 장 펼친 것만한 좌판에

약초나 산나물을 죽 늘어놓고 나면,

노인은 종일 산이나 본다

하늘이나 본다

 

손바닥으로 물건 한번 쓸어보지도 않고

딱한 눈으로 행인을 붙잡지도 않는다

러닝셔츠 차림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부채질이나 할 뿐.

 

그렇다고 한마디도 없는 것은 아니다

좌판 귀퉁이에 이렇게 써두었다

"물건을 볼 줄 알거든,

사 가시오."

 

나도 물건을 그렇게 팔고 싶은데

잘 되지 않는다,

노인을 닮고 싶은데

쉽지 않다.

 

   

 

시집새의 얼굴(문학동네,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