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카톡 좋은 시 120
비 이진명
그녀는 엷은 돌빛의 옷을 입고 왔다
―시집『집에 돌아갈 날짜를 세어보다』(문학과지성사, 1994) |
비
이진명
그녀는 엷은 돌빛의 옷을 입고 왔다
기다란 치마 흐르며 왔다
멀리 고향의 산간 지방에서 왔다
산나리처럼 고개 꺾으며 오래 걸어서 왔다
제비똥 떨어진 그루터기에서 신발을 고쳐 신으며 왔다
일요일, 점심때도 훨씬 지나 도착한 그녀는
내 집 마당 대추나무 아래 조그맣게 서 있었다
눈 밑 그늘진 곳이 더 파랬다
오는 대로 나를 불러 깨우지 않고 참!
언제까지 서 있으려고 바로 깨우지 않고 참!
―시집『집에 돌아갈 날짜를 세어보다』(문학과지성사, 1994)
'시 편지·카톡·밴드 > 카톡 ♠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국, 꽃편지/진란 - 카톡 좋은 시 122 (0) | 2015.06.23 |
---|---|
잡초는 없다/문창갑 - 카톡 좋은 시 121 (0) | 2015.06.22 |
홀딱새/손세실리아 - 카톡 좋은 시 119 (0) | 2015.06.19 |
노독/이문재 - 카톡 좋은 시 118 (0) | 2015.06.18 |
수화기 속의 여자/이명윤 - 카톡 좋은 시 117 (0) | 2015.06.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