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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이진명 - 카톡 좋은 시 120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5. 6. 20.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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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톡 좋은 시 120

 

    이진명

 

   그녀는 엷은 돌빛의 옷을 입고 왔다
   기다란 치마 흐르며 왔다
   멀리 고향의 산간 지방에서 왔다
   산나리처럼 고개 꺾으며 오래 걸어서 왔다
   제비똥 떨어진 그루터기에서 신발을 고쳐 신으며 왔다
   일요일, 점심때도 훨씬 지나 도착한 그녀는
   내 집 마당 대추나무 아래 조그맣게 서 있었다
   눈 밑 그늘진 곳이 더 파랬다
   오는 대로 나를 불러 깨우지 않고 참!
   언제까지 서 있으려고 바로 깨우지 않고 참!

  

―시집『집에 돌아갈 날짜를 세어보다』(문학과지성사, 1994)

 

 

 

이진명

 


그녀는 엷은 돌빛의 옷을 입고 왔다
기다란 치마 흐르며 왔다
멀리 고향의 산간 지방에서 왔다
산나리처럼 고개 꺾으며 오래 걸어서 왔다
제비똥 떨어진 그루터기에서 신발을 고쳐 신으며 왔다
일요일, 점심때도 훨씬 지나 도착한 그녀는
내 집 마당 대추나무 아래 조그맣게 서 있었다
눈 밑 그늘진 곳이 더 파랬다
오는 대로 나를 불러 깨우지 않고 참!
언제까지 서 있으려고 바로 깨우지 않고 참!

 

 

 

―시집『집에 돌아갈 날짜를 세어보다』(문학과지성사, 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