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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국, 꽃편지/진란 - 카톡 좋은 시 122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5. 6. 23.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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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톡 좋은 시 122       

  해국, 꽃편지

  진란

 

  잠시 여기 꽃그늘에 앉아도 되겠습니까?

  꽃빛이 너무 좋아도 눈물이 나는 걸까요?

  당신을 더듬는 동안 내 손가락은 황홀하여서

  어디 먼 곳을 날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잠시 어지럽던 동안 바닷물이 밀려오듯

  눈물이 짭조름해졌습니다

  우리가 자주 머물던 바다를 생각했습니다

  그 때 그 어깨에도 해풍이 머물고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갔던 게지요

  그 때 그 가슴에도 섬이 되었다가 섬이었다가

  섬으로 멀어졌던 게지요

  이렇게 좋은 풍경, 이렇게 좋은 시를 만나면

  순간 돌부처 되어 숨이 막히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습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절경이 되어버립니다

  잠시 여기 꽃그늘에 앉아 편지를 씁니다

  한 때 꽃이 되었다가 꽃이었다가 꽃으로 져버린 그대

  내년에도 다시 오마던 꽃은 그 꽃이 아닐 것이라고

  우리의 기억은 늘 다르게 적히는 편지라고

   

시집혼자 노는 숲(나무아래서, 2011)

 

 

 

해국, 꽃편지

 

진란

 

 

잠시 여기 꽃그늘에 앉아도 되겠습니까?

꽃빛이 너무 좋아도 눈물이 나는 걸까요?

당신을 더듬는 동안 내 손가락은 황홀하여서

어디 먼 곳을 날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잠시 어지럽던 동안 바닷물이 밀려오듯

눈물이 짭조름해졌습니다

우리가 자주 머물던 바다를 생각했습니다

그 때 그 어깨에도 해풍이 머물고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갔던 게지요

그 때 그 가슴에도 섬이 되었다가 섬이었다가

섬으로 멀어졌던 게지요

이렇게 좋은 풍경, 이렇게 좋은 시를 만나면

순간 돌부처 되어 숨이 막히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습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절경이 되어버립니다

잠시 여기 꽃그늘에 앉아 편지를 씁니다

한 때 꽃이 되었다가 꽃이었다가 꽃으로 져버린 그대

내년에도 다시 오마던 꽃은 그 꽃이 아닐 것이라고

우리의 기억은 늘 다르게 적히는 편지라고

 

 

 

시집혼자 노는 숲(나무아래서,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