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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광(月光), 월광(月狂) ―김태정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 431)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5. 6. 29.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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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광(月光), 월광(月狂)

 

김태정(19632011)

 

 

불을 끄고 누워

월광을 듣는 밤

낡고 먼지 낀 테이프는

헐거워진 소리로 담담한 듯, 그러나

아직 삭이지 못한 상처도 있다는 듯

이따금 톡톡 튀어 오르는 소리

 

소리를 이탈하는 저 소린

불행한 음악가가 남긴 광기와도 같아

까마득한 상처를 일깨워주네

 

어느 생엔가 문득 세상에 홀로 던져져

월광을 듣는 밤은

미칠 수 있어서

미칠 수 있어서 아름답네

오랜만에 상처가 나를 깨우니

나는 다시 세상 속에서 살고 싶어라

 

테이프가 늘어지듯 상처도

그렇게 헐거워졌으면 좋겠네

소리가 톡톡 튀어 오르듯 때론

추억도 그렇게 나를 일깨웠으면 좋겠네

 

 

 

일간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 431(2015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