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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광(月光), 월광(月狂)
―김태정(1963∼2011)
불을 끄고 누워
월광을 듣는 밤
낡고 먼지 낀 테이프는
헐거워진 소리로 담담한 듯, 그러나
아직 삭이지 못한 상처도 있다는 듯
이따금 톡톡 튀어 오르는 소리
소리를 이탈하는 저 소린
불행한 음악가가 남긴 광기와도 같아
까마득한 상처를 일깨워주네
어느 생엔가 문득 세상에 홀로 던져져
월광을 듣는 밤은
미칠 수 있어서
미칠 수 있어서 아름답네
오랜만에 상처가 나를 깨우니
나는 다시 세상 속에서 살고 싶어라
테이프가 늘어지듯 상처도
그렇게 헐거워졌으면 좋겠네
소리가 톡톡 튀어 오르듯 때론
추억도 그렇게 나를 일깨웠으면 좋겠네
―일간『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 431』(2015년 06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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