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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애인/신표균 - 카톡 좋은 시 144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5. 7. 18.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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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톡 좋은 시 144

   당뇨애인

   신표균

  

   전혀 뜻밖에 내게
   애인이 생겼습니다
   예상치도 바라지도 않은 그가
   짝사랑을 해왔는지
   집시되어 떠돌다
   손잡아 주는 이 하나 없자
   나를 찜한 모양입니다
   징그러워 온 몸 움츠리는데
   그는 신이 나서
   혈관타고 구석구석 헤집고 다니며
   내 육체를 농락하고 있습니다
   조심조심 뜨는 밥숟가락에도 제 먼저 올라앉고
   물 한 모금 과일 한 쪽 먹는데도
   떨어질 줄 모릅니다
   싫다고 싫다고 밀쳐내도
   진드기처럼 붙어 다닙니다
   심지어 잠자리에 들라치면
   마누라 사이에 끼어들어 커튼을 칩니다
   아! 이젠 미움이 연민으로 바뀌어
   받아주기로 했습니다
   그를 사랑하며 쓰다듬고 보듬어
   동반자가 되기로 했습니다

   당뇨애인

 

-시집『어레미로 본 세상』(심상, 2009)

 

 

 

 

 

당뇨애인


신표균

 

 

전혀 뜻밖에 내게
애인이 생겼습니다
예상치도 바라지도 않은 그가
짝사랑을 해왔는지
집시되어 떠돌다
손잡아 주는 이 하나 없자
나를 찜한 모양입니다
징그러워 온 몸 움츠리는데
그는 신이 나서
혈관타고 구석구석 헤집고 다니며
내 육체를 농락하고 있습니다
조심조심 뜨는 밥숟가락에도 제 먼저 올라앉고
물 한 모금 과일 한 쪽 먹는데도
떨어질 줄 모릅니다
싫다고 싫다고 밀쳐내도
진드기처럼 붙어 다닙니다
심지어 잠자리에 들라치면
마누라 사이에 끼어들어 커튼을 칩니다
아! 이젠 미움이 연민으로 바뀌어
받아주기로 했습니다
그를 사랑하며 쓰다듬고 보듬어
동반자가 되기로 했습니다

당뇨애인

 

 

 

-시집『어레미로 본 세상』(심상,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