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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 이병초 - 카톡 좋은 시 156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5. 8. 1.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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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톡 좋은 시 156

   전화
   이병초

 

    날은 저물고 비까지 내리는데
    울 엄니 전화도 안 받으시고 어딜 가셨나
    밑 터진 비료 푸대에 목을 내고
    양팔을 내어 비옷처럼 쓰시고
    청닛날 밭에 들깨 모종하러 가셨나
    고구마순 놓으러 가셨나
    애리는 어금니 소주 한 모금 입에 물고 달래시며
    거미줄이나 마중나온 길 허둑허둑 돌아오시나
    큰아야, 집 뜯기면 어디로 간다냐 보상금 타서
    아파트로 간다냐 제발 물 안 나는 디로
    두어 칸 앉힌다냐, 물으시더니
    하늘님께 물음 뜨러 가셨나 손주 새끼들이랑
    언제나 함께 사냐고 날 받으러 가셨나
    꺽꺽 목이 쉬어
    빗발은 앞뒷발 다 들고 쏟아지는데 

 

  ―시집 『살구꽃 피고』(작가, 2009)

 

 

 

 

전화

 

이병초

 

 

날은 저물고 비까지 내리는데

울 엄니 전화도 안 받으시고 어딜 가셨나

밑 터진 비료 푸대에 목을 내고

양팔을 내어 비옷처럼 쓰시고

청닛날 밭에 들깨 모종하러 가셨나

고구마순 놓으러 가셨나

애리는 어금니 소주 한 모금 입에 물고 달래시며

거미줄이나 마중나온 길 허둑허둑 돌아오시나

큰아야, 집 뜯기면 어디로 간다냐 보상금 타서

아파트로 간다냐 제발 물 안 나는 디로

두어 칸 앉힌다냐, 물으시더니

하늘님께 물음 뜨러 가셨나 손주 새끼들이랑

언제나 함께 사냐고 날 받으러 가셨나

꺽꺽 목이 쉬어

빗발은 앞뒷발 다 들고 쏟아지는데

 

 

 

시집 살구꽃 피고(작가,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