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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이/최문자 - 카톡 좋은 시 216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5. 12. 4.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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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톡 좋은 시 216   

   팽이

   최문자

 

   세상이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하나님,

   팽이 치러 나오세요

   무명 타래 엮은 줄로 나를 챙챙 감았다가

   얼음판 위에 휙 내던지고, 괜찮아요

   심장을 퍽퍽 갈기세요

   죽었다가도 일어설게요

   뺌을 맞고 하얘진 얼굴로

   아무 기둥도 없이 서 있는

   이게,

   선 줄 알면

   다시 쓰러지는 이게

   제 사랑입니다. 하나님

시집그녀는 믿는 버릇이 있다(랜덤하우스, 2006)

 

 


 

팽이

 

최문자 
 


세상이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하나님,
팽이 치러 나오세요
무명 타래 엮은 줄로 나를 챙챙 감았다가
얼음판 위에 휙 내던지고, 괜찮아요
심장을 퍽퍽 갈기세요
죽었다가도 일어설게요
뺌을 맞고 하얘진 얼굴로
아무 기둥도 없이 서 있는
이게,
선 줄 알면
다시 쓰러지는 이게
제 사랑입니다. 하나님

 

 

 
-시집『그녀는 믿는 버릇이 있다』(랜덤하우스,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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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이


오세영

 


문밖 
매섭게 겨울바람 쏠리는 소리,
휘이익
내리치는 채찍에
온 산이 운다.


누가 지구를
팽이 치는 것일까.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드디어 겨울,
회전이 느슨할 때마다 사정없이
오싹
서릿발 갈기는 그 회초리,
강추위로 부는 바람.


하늘은 항상
미끄러운 빙판 길이다.


   


-시집 『밤 하늘의 바둑판』(서정시학,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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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이


이재무

 


오늘 나는 한 방향만을 고집하는

저 낯익은 사내에 대해 다시 노래하련다

회초리가 와서 자신의 몸을

때리면 때려댈수록 더욱

돌고 돌면서 미쳐 날뛰면서 그는

회초리가 빨리 더 빨리

다녀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맹렬한 속도로 돌고 도는 관성은

바라보고 있으면 바닥에 뿌리를 내린 것처럼

직립의 회전을 보이기도 하나

주기적인 매질이 없으면

언제라도 바닥에 내팽개쳐질 가련한 신세

그러기에 팽이는 돌면서 매를 부르고

회초리는 팽이의 몸에 척척 감기며

가학의 쾌감에 전율한다

저 현기 속에 오늘의 우리가 있다

오, 저것은 얼마나 지독한

자존의 마조히즘과 사디즘이란 말인가

 

 


―시집『저녁 6시』(창비 2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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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이


이우걸 

 

 
쳐라, 가혹한 매여 무지개가 보일 때까지
나는 꼿꼿이 서서 너를 증언하리라
무수한 고통을 건너
피어나는 접시꽃 하나.

 

 

 

―격월간『유심』(2010.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