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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손의 기억/강인한 - 카톡 좋은 시 225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6. 1. 6.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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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톡 좋은 시 225  - 빈 손의 기억/강인한


   

      빈 손의 기억

     강인한

  

     내가 가만히 손에 집어 든 이 돌을

     낳은 것은 강물이었으리

     둥글고 납작한 이 돌에서 어떤 마음이 읽힌다

     견고한 어둠 속에서 파닥거리는

     알 수 없는 비상의 힘을 나는 느낀다

     내 손 안에서 숨쉬는 알

     둥우리에서 막 꺼낸 피 묻은 달걀처럼

     이 속에서 눈 뜨는 보석 같은 빛과 팽팽한 힘이

     내 혈관을 타고 심장에 전해 온다

     왼팔을 창처럼 길게 뻗어 건너편 언덕을 향하고

     오른손을 잠시 굽혔다가

     힘껏 내쏘면

     수면은 가볍게 돌을 튕기고 튕기고 또 튕긴다

     보라, 흐르는 물 위에 번개 치듯

     꽃이 핀다, 핀다, 핀다

     돌에 입술을 대는 강물이여

     차갑고 짧은 입맞춤

     수정으로 피는 허무의 꽃송이여

     내 손에서 날아간 돌의 의지가

     피워내는 아름다운 물의 언어를

     나는 알지 못한다

     빈 손아귀에 잠시 머물렀던 돌을 기억할 뿐.

 


    ㅡ시집『입술』(시학, 2009) 



 

 

빈 손의 기억


강인한

 

 

내가 가만히 손에 집어 든 이 돌을

낳은 것은 강물이었으리

둥글고 납작한 이 돌에서 어떤 마음이 읽힌다

견고한 어둠 속에서 파닥거리는

알 수 없는 비상의 힘을 나는 느낀다

내 손 안에서 숨쉬는 알

둥우리에서 막 꺼낸 피 묻은 달걀처럼

이 속에서 눈 뜨는 보석 같은 빛과 팽팽한 힘이

내 혈관을 타고 심장에 전해 온다

왼팔을 창처럼 길게 뻗어 건너편 언덕을 향하고

오른손을 잠시 굽혔다가

힘껏 내쏘면

수면은 가볍게 돌을 튕기고 튕기고 또 튕긴다

보라, 흐르는 물 위에 번개 치듯

꽃이 핀다, 핀다, 핀다

돌에 입술을 대는 강물이여

차갑고 짧은 입맞춤

수정으로 피는 허무의 꽃송이여

내 손에서 날아간 돌의 의지가

피워내는 아름다운 물의 언어를

나는 알지 못한다

빈 손아귀에 잠시 머물렀던 돌을 기억할 뿐.

 

 

 

ㅡ월간『현대시학』(2005. 10)
ㅡ시집『입술』(시학,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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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던진 물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갈 때

 

권혁웅   

 

 

그날 내가 던진 물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갈 때

물결이 물결을 불러 그대에게 먼저 가 닿았습니다

입술과 입술이 만나듯 물결과 물결이 만나

한 세상 열어 보일 듯 했습니다

연한 세월을 흩어 날리는 파랑의 길을 따라

그대에게 건너갈 때 그대는 흔들렸던가요

그 물결 무늬를 가슴에 새겨 두었던가요

내가 던진 물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갈 때

강물은 잠시 멈추어 제 몸을 열어 보였습니다

그대 역시 그처럼 열리리라 생각한 걸까요

공연히 들떠서 그대 마음 쪽으로 철벅거렸지만

어째서 수심은 몸으로만 겪는 걸까요

내가 던진 물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갈 때

이 삶의 대안이 그대라 생각했던 마음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없는 돌다리를

두들기며 건너던 나의 물수제비,

그대에게 닿지 못하고 쉽게 가라앉았지요

그 위로 세월이 흘렀구요

물결과 물결이 만나듯 우리는 흔들렸을 뿐입니다

 

    

 

시집황금나무 아래서(문학세계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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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수제비뜨는 날

 

이홍섭

 

때로 가슴에 파묻는 사람도 있어

그게 서러울 때면

강가에 나가 물수제비를 뜨지요

 

먼 당신은 파문도 없이 누워

내 설움을 낼름낼름 잘도 받아먹지요

 

그러면 나도 어린아이처럼 약이 올라

있는 힘껏 몸을 수그리고

멀리, 참 멀리까지 물수제비를 떠요

 

물수제비 멀리 가는 날은

내 설움도 깊어만 가지요

 

 

 

시집가도 가도 서쪽인 당신(세계사, 2005)

중알일보시가 있는 아침(2007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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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수제비 뜨는 날

 

이가림

 

 

내가 던진 돌멩이가

물 위를 담방담방 뛰어가다가

간 곳 없이 사라진다

측심기로 잴 수 없는

미지의 바닥에 돌멩이는 잠드는 것일까

잠시 일렁이던 파문도 자고

물 거울에 뜨는 산 그림자의

입 다문 얼굴,

나는 무감동한 고요를 깨뜨리기 위해

또 하나의 돌멩이를 멀리 팔매 친다

죽음에 배를 대고

팽팽한 찰라만을 디디고 가는

한줄기 생명의 퍼덕임을

어렴풋이 보았다

아이와 함께

물수제비 뜨는 날

 

    

 

시집 순간의 거울(창비.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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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뜨는 물수제비

 

정성수

 

 

비 내리는 호수 가에서

내가 뜨는 물수제비를 그대가 받았을 때

그대는 내 가슴에

사랑의 징표로

점점점, 말줄임표 하나 찍었습니다

 

물결이 물결에게 건너가고 건너오는 동안

호수가 제 몸을 열어주어

수심의 깊이를 알았습니다

 

어느 날, 삶의 의미를 걷어내면서

내가 뜨는 물수제비로 하여금

잠시 흔들렸을 뿐이라며 그대는

그대와 나 사이에

점점점, 마침표를 세 개씩이나 찍어놓고

물처럼 흘러갔습니다.

 

 

 

시집 (청어,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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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수제비   

 

강현욱  

 

 

강가에 앉아 돌을 던지면

네가 내게 올 것만 같았다.  

 

한 움큼 조약돌은 강물 앞에서

바싹 엎드려 너에게로 달려가다

서성이며 옹알대며 가라앉았지.  

 

숨통에 강물 차오르던 순간마저도

물살 흔적이 너를 간질여

미소만은 보게 되리라 생각했었지.  

 

돌 던지는 소년은 간데없고

빈손으로 주저앉은 청년 앞에는

수몰된 조약돌의 무덤뿐이다.  

 

봉분 딛고 일어설 그날까지

돌무덤이 강 건널 징검다리 될 그날까지

강변의 자갈들과 함께 불러본다.  

 

아직 이름 붙지 않은 섬아

청년에게 남은 또 하나의 작은 조약돌아. 

 

 

 

반년간시에티카(2014년 상반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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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수제비

 

최진

 

 

배고픈 웅덩이

 

물수제비가 날아오자

! ! 하며, 입을 벌린다

 

,

,

,

 

받아 먹으려는 입들

차례로 지나

 

입맞추는

입 속으로

, 들어간다

    

 

 

동시집선생님은 꿀밤나무(청개구리,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