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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가 반짝이는 속담 - 설날, 가족과 함께 속담 나누기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6. 2. 4.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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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한 일상을 뒤로한 채 정겨운 고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날, 바로 설입니다. 설은 정월 초하루이니만큼 다양한 풍습들이 행해지는데요,
속담을 통해 그 옛날 설의 풍경을 함께 그려 볼까요?


설 명절 아침, 아이들은 설빔을 갖춰 입고 집안 어른께 세배를 하고, 어른들은 깨끗한 세뱃돈을 준비하여 자녀와 손자, 손녀에게 건네곤 합니다. 예를 중시하는 우리 민족에게 세배는 매우 중요한 설 풍습 중 하나이지요.
  • █ 보리누름까지 세배한다

    정초에 하는 것이 상례인 세배를 보리가 누렇게 익는 철인 보리누름까지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세배를 사오월까지 한다는 것은 형식적인 인사 차림이 너무 과함을 이릅니다. 무엇이든 넘치지 않게 적당한 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함을 일깨워 주는 속담입니다.


    알고 가기
    보리누름:
    「명사」 보리가 누렇게 익는 철
  • █ 처갓집 세배는 살구꽃 피어서 간다

    따뜻한 봄바람이 부는 4월쯤에야 피는 살구꽃, 처갓집 세배는 이때나 간다는 말입니다. 처갓집에 대한 인사는 자꾸 미루게 된다는 의미로 비슷한 속담으로는 “처갓집 세배는 미나리강회 먹을 때나 간다.”도 있습니다.


    알고 가기
    강회:
    「명사」 미나리나 파 따위를 데쳐 엄지손가락 정도의 굵기와 길이로 돌돌 감아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음식
우리 선조들은 정월 초하루가 되면 새하얀 가래떡을 넣어 떡국을 끓였는데요, 집안 형편에 따라 반찬 가짓수는 달라도 어느 집이나 설날 아침상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국이 올랐습니다. 이 떡국을 먹어야 비로소 한 살을 먹게 된다는 말도 있었지요.
  • █ 떡국이 농간한다

    재질은 부족하지만 오랜 경험으로 일을 잘 감당하고 처리해 나감을 이르는 말입니다. 해마다 설이 되어 떡국을 먹고 나이도 한 살 더 들게 되면서 일하는 솜씨도 능숙해짐을 두고 하는 말로 나이에 따른 연륜을 무시할 수 없다는 뜻이겠지요?


    알고 가기
    농간(弄奸):
    「명사」 남을 속이거나 남의 일을 그르치게 하려는 간사한 꾀
  • █ 흰떡 집에 산병 맞추듯

    틀림없고 영락없는 모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비슷한 뜻의 ‘사기전에 종짓굽 맞추듯’이라는 속담도 있습니다. 사기그릇 가게에 종지그릇이 차곡차곡 포개어져 가지런히 쌓인 모습을 연상한다면 속담의 의미가 더욱 쉽게 와 닿을 듯합니다.


    참고자료
    * 산병(散餠) :
    「명사」 흰떡을 재료로 하여 개피떡 비슷하게 반달 모양으로 빚어 소를 넣은 떡. 보통 아주 잘게 만들며, 갖가지 색의 물감을 들여 서너 개씩을 붙인다.
    * 종짓굽 :
    「명사」 종지의 밑굽.
  • █ 남의 떡에 설 쇤다

    남의 덕택으로 거저 이익을 보게 됨을 이르는 말입니다. 이익을 보게 된 당사자야 좋은 일이지만 다른 사람 입장에서는 얄밉고 배가 아픈 일이지요? 비슷한 속담으로 “남의 떡으로 조상 제 지낸다./남의 바지 입고 새 벤다./남의 바지 입고 춤추기./남의 불에 게 잡는다./남의 팔매에 밤 줍는다./남 지은 글로 과거한다./남 켠 횃불에 조개 잡듯” 등이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정월 초하루의 날씨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새해 첫날인 설에 눈이 내리면 마음이 풍성해질 뿐만 아니라 상서롭다고 여겼으며 쌓인 눈이 온 땅을 덮으면 보리를 비롯한 농작물이 얼어 죽지 않고 풍년이 든다고 믿었습니다.
  • █ 설은 질어야 하고, 보름은 말라야 한다

    새해 첫날 날씨는 어떠해야 좋을까요? 비나 눈이 내려 땅이 질면 불편할 수도 있겠지요. 예로부터 한 해 농사가 잘되려면 설에 눈이 와 농작물을 덮어 어는 것을 방지하고 땅에 충분히 수분을 공급하여 주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비슷한 속담으로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보리농사 풍년 든다.’가 있습니다.


  • █ 설을 거꾸로 쇘다

    한겨울인 동지섣달보다 해동(解凍) 무렵인 설이 더 춥다는 뜻입니다. 설은 보통 양력 2월 초순이므로 입춘을 앞두고 있어 이제 곧 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날씨는 여전히 추우니 이번 설에도 따뜻하게 입으시고 고향으로 떠나시는 게 어떨까요?


   

※ 참고 자료
김열규, 곽진석 ≪한국인의 돈≫, 이숲, 2009
조선향토대백과, (사)평화문제연구소, 2008
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 ‘한국민속대백과사전 한국세시풍속사전 (http://folkency.nfm.go.kr/sesi)